종종 아이들을 위해 청소년 문학을 읽는다.
일딸을 위할 때도, 이딸을 위할 때도,
삼딸을 위할 때도...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나를 위한 책 읽기다.
그림책도, 청소년 소설도
내게 주는 감동은 성인을 위한 책읽기와 같다.
어딘가로 향하는 다급한 발걸음과 제목도 한 몫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의 신간이라
더 읽어 보고 싶었던 책.
지옥으로 가기 전에

지옥으로 가기 전에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쓰앵"님도 생각나고,
스카이캐슬의 그 OST가 내 귓가에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루이의 엄마는 집의 대장이다.
루이의 아빠와 루이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고,
항상 걱정 가득이며 잔소리 역시 멈추지 않는다.
루이가 잠깐 행복했던 프랑스 생활.
아빠의 향수병때문에 다시 돌아오게 된 루이.
아빠가 말단 직원이기 때문에 온갖 일을 하다 향수병에 걸린거라며
엄만 아빠의 향수병을 원망했지만,
루이는 아빠가 가엾다.
나는 그런 병이 있는 줄도 몰랐다.
상처도 없고 피도 안나지만 치료가
필요하다니 아빠도 참 가엾다.
꼭 꾀병처럼 보이니까.
그래도 나는 안다.
아프면 아픈 거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루이 자신은 아빠를 많이 닮은 것 같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사립 학교에 다시 가야 한다는 소식,
왕따도 당해 보고, 괴롭히는 그 녀석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그 학교.
빈 자리가 없어서 당장은 임시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곧 가게 될 그 사립학교.
엄마에게 설명도 해 보고 싫다고도 얘기 했지만
엄만 꿈쩍하지 않는다.
친해지면 돼.
다른 애도 아니고 대사님 손자야.
장난이 좀 심할 수도 있지.
그럴 때는 피하지 말고
네가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줘.
지옥으로 가기 전에
왕따를 주도 하는 아이가 싫다고 해도
그건 친해지면 된다는 말로 가볍게 또 무시 해 버리는 엄마.
임시 학교지만, 루이는 지금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곧 떠나야 할, 헤어져야 할 아이들이니...
좋은 마음은 애써 눌러 놓는다. 티내지 않고
그저 멀리서 지켜 보기만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우리 모둠의 어떤 애가 '프랑스 과자'를 가져오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었다. 교실에서 있었던 이런 농담까지 아는 사람이다. 우리 엄마가.
지옥으로 가기 전에
하여, 자신이 사는 동네의 빵집 마카롱도 아닌,
이모가 사는 동네의 프랑스 과자 전문가가 직접 만드는 마카롱을
기어코 준비 해야 하는 엄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소한 농담 하나
빼 놓지 않고 다 알고 있는 꼼꼼한 루이의 엄마.

지옥으로 가기 전에
엄마는 나를 너무 모른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사소한 농담까지도 알지만
정작 루이의 속 마음은 전혀 모르는 엄마.
하지만 루이도 엄마의 속마음은 잘 모른다.
엄마와 아이의 성장 이야기.
엄마도 아이를 너무 모르고,
아이도 엄마가 자신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모름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가게 될까?
사실 읽으면서 조용히 있는 아빠도 화가 났다.
도대체 이 엄마가 혼자 이렇게 고군분투 하게 왜
가만히 두는걸까 하는 생각도 하고,
나는 이정도는 아니니까 하는 묘한 안도감도 생기고...
물론 내 착각일 순 있다. 하하.
가끔 나는 일기장을 꺼내 읽는다.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 때 쓴 일기장.
그때 쓴 일기들이 참 오글거리기도 하고,
어쩜 이렇게 반항심 가득한 내용을 썼는가 싶기도 하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 그리고 갖고 있던 생각을
딸 아이도 비슷하게 할거라는 생각에,
내 입장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 보려고
꺼내 읽게 되는 일기장.
아이가 내 마음을 이해 해 주긴 어려울테지,
나 역시 내가 겪어 보지 않은 일들은
그저 상상속의 일들이지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으니,
하여 내가 아이를 이해하고 이끌어 주어야 하는 부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아이니까,
내가 안될때는 아빠를 통해서
그것마저도 안 될때는 아이의 할머니 도움을 받기도 하고,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내 동생, 아이들의 이모 도움도 받기도 하며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친구와의 놀이도 교류도 중요하고,
옆에서 방향을 잘 잡아줄 어른의 도움도 필요하고...
그렇게 서로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어느새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을 하겠지?
그런 과정을 잘 표현 해 준 이야기.
<지옥으로 가기 전에>
동화 끝 부분에는 아동심리전문가의 상담도 덧 붙여있어
부모도 아이도 함께 읽기 참 좋은 책.
아이가 학교를 지옥으로 느끼지 않도록,
아이가 향하는 발걸음이 지옥으로 간다고 느끼지 않도록,
한 번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