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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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왜 좋아?

아빠가, 왜 좋아?

언니가, 왜 좋아?

 

막둥이에게 물으면 막둥이는

뭘 또 그런걸 묻느냐는 듯.

뭘 또 대답을 들어하냐는 듯.

한 번 한 숨쉬어주곤 대답한다.

 

"좋으니까, 좋지. 엄마!

그냥 좋으니까 좋은거야."

 

어쩔땐 좀 헷갈린다.

이제 만5세. 7살.

 

너에게서 종종 나는 많은걸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런 느낌의 책.

 

좋으니까, 좋아. 그냥 좋아.

 

우주를 삼킨 소년

 


 

예쁜 표지에 우선 좋았다.

 

제목도 우주를 삼켰다고 하고,

어떤 작은 방울새 느낌도 나는 새와

어쩐지 신비스러운 한 소년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곤 놀랐지.

 

요즘 제법 두껍다 싶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최고였어.

674p ... 여백의 미도 없이, 꽉 들어찬 이야기들.

 

처음엔, 좋았다가.. 좋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 좋았던 책.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

그리고 나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우주를 삼킨 소년

 

 


 

 

좋은 사람이 무언지 끊임없이 묻는 엘리,

 

형과 엘리는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

가령 누군가 문 뒤에 굶주린 호랑이가 있다고 하면, 그 말이 거짓말인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어 보는 사람같은거?

 

그래서인지,

형이 6살 부터 말을 잃어 버린 이후

허공에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쓰면

그 말이 무엇인지 엘리만이 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손가락이 무얼 말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지만, 엘리는 안다.

 

그런 형은 엘리에게

때론 엄마였고, 아빠였고, 할머니였고,

요리사였고, 목사님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엄마는 마약에 취해 엘리의 여덟번째 생일인건 알았지만

그저 내내 잠만 자는 그런 모습의 엄마였으니,

형은 엘리에게 그 모든것이었다.

 

그런 엄마에게 형은 또 무엇이었을까?

길 잃은 새끼 사슴처럼 엄마를 돌보던 형.

 

엘리가 사는 그 곳은,

부업으로 마약 거래를 하는 그 곳에서

엄만 새 아빠로 인해 마약에 빠졌지만

또 그로 인해 마약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엘리를

이웃 탈옥이 특기인 택시 기사 살인범 할어버지에게

엘리를 맡긴다.

하여 그 할아버지는 그저 엘리에겐,

베이비시터일 뿐.

감옥에서 배운 세상의 지혜와

운전을 알려준 할아버지일뿐이다.

 

그런 주변의 환경에 엘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계속 묻고 의심하고 또 묻는다.

 

좋은 사람인지를 묻고,

왜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을 가지 않는지를 의심하고,

자신도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엘리.

 

끝없이 묻는 좋은 사람에 대한 질문은

결국 그 주변의 좋지 않은 선택을 한 사람들을

변화시킨다.

 

 


 

 

어떤 주문같은 말로 시작했던 처음.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1p

 

형이 허공에 썼던 글.

소년, 우주를 삼키다. -23p

 

그런 알 수 없는 의미로 나를 호기심에 빠뜨리고는

위트있는 말로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 우주를 삼킨 소년.

 

학교 폭력을 이야기 했던 글.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행동은 아니죠. 교도소에서나 일어날 일이지.

보고 로드 교도소 1번 마당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단순 폭력 사건이었다.

깨지지 않는 베갯잇과 잘 깨지는 무릎뼈만 있으면 된다. - 319p

 

원래 용서를 잘하는 나는 아빠를 더 꼭 겨안아준다. 이런 내 우유부단함이 싫다.

나보다 자기에게 내 심장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혹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 무딘 칼로 내 심장을 도려내는 사람까지도 나는 용서해줄지 모른다. 이런 포옹의 순간에는 놀랍게도 아빠를 안아주는 게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아빠를 안아준다.

형 같은 좋은 사람.

우주를 삼킨 소년

 

나이는 어리지만 영혼의 나이가 많았던 엘리,

좋은 사람이 되길 희망했던 엘리.

그 희망으로 자신이 만들어갈 세계를

따뜻함으로 채워 결국엔 주변 사람을 변화시킨

이야기.

 

좀 두껍지만, 한 번 읽어 보실래요?

집 콕도 해야하고, 시간도 많고..

( 곧 설 연휴잖아요. 5인 이상 모이지도 못한다는데..

어쩌나 우리집은 세딸 포함해서 이미 5인 가족인데,

이 식구가 어딜 가게 되면 이미 아웃이에요 ㅠㅠ )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순간들에 있었다.

우주를 삼킨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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