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사회학 -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석중휘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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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별다방 다이어리를 내민다.

자기 2개 있으니 하나는 나 가지라며...

 

대체 얼마의 커피를 마신거야~!

이런 별다방 호갱님같으니라고!! 라며 대답했지만

이미 내 손엔 기쁜듯 들려있는 다이어리.. 하핫

 

이미 나도 함께 호구 고객. 호갱이다.

 

그런 우리 자매들 같은 이들의 이야기인가?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

작가가 디자인과 교수라서 그런지 표지도 좀 감각적이다.

해맑은 스마일 무늬가 중심에 있고,

검게 타들어가는 속 만큼이나 까만얼굴

그와는 대조적인 밝은표정을 보이고 있는...

호구 녀석? ㅎ

 



 

내가 참 사회학은 영... 불편한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에 이끌려...

나는 좀 "어리숙하여 이용해 먹기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호구에 좀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 편이라

나를 위한 책인 것도 같아 용기 내서 읽었다.

 

왜 굳이 용기까지 필요하냐 한다면,

좀 어려울 것 같은 사회학이라는 제목과 괜히 내가 이용당했구나 하는 생각을

확실하게 증명해주는 내용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노라 고백한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초반의 마음과는 다르게

책은 빠르게 읽혀 나갔다.

 

어려운 내용 없이,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한 이야기들을

"착한" 사람의 틀에 맞춰 이런 저런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서

쉽게 읽혔다.

 

디자인으로 읽는 인문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은 디자이너로서의 사회 생활 부터 시작하여

영화의 디자인적인 측면 그리고 올림픽 등 다양한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도 잠깐 디자인실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내가 꿈꿔왔던 디자이너와는 정말 다른 사무실 풍경.

 

분명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보는 디자이너는 그런게 아닌데?

 

아무것도 없던 그냥 그런 제품이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에 함께 나오는 환호성.

 

그런것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보아와서 인가?

 

회사 혹은 클라이언트가 디자인실에 주는 미션은 꽤나 당혹스럽다.

최대한 깔끔하면서 눈에 띄고 단순하지 않게

촌스럽지 않지만 복고적인 분위기로 가되 세련미 있게

귀여움을 간직하면서도 때로는 성숙하게 다가 올 수 있게

등등 일단 문장 자체에서 이미 이루어질 수 없는 모순을

디자이너에게 요구한다.

 

뭐 요구하는 거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디자이너가 하는 디자인 작업은 화면에서 보던 디자이너 혼자 마구 그리며

탄생하는 어떤 예술 작품같은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의, 회의, 회의를 거쳐

시안, 시안, 시안을 무수히 수정하며

최종에 최종 수정에 정말 최종에 진짜 최종에 마지막 최종이라는

수 많은 최종 파일을 생성하며 끝내는 작업.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흡족한 대답을 들어야

비로소 진짜 디자인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시안의 컨펌 이후 행해지는 인쇄 혹은 제작 과정이 그때 부터 또 시작된다.

 

그리하야 정말, 남들 쉴때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야근과 철야는 밥먹듯 하는게 당연한 작업이었으니...

 

이렇듯 호구의 위치에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사회 생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의 다양한 호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그 중에 내 마음을 홀랑 빼앗던 이야기.

 

남기남 영화감독....을 나는 이 책에서 처음 들었다.

B급 영화의 최고 감독.

아... B급과 최고라는 수식어가 사뭇 안 어울리기는 하지만,

여하튼. 저예산 영화 만들기에 따라 올 자가 없었을 만큼

대단했던 감독.

 

내가 감독 이름은 몰라도 이 분이 찍은 영화는 어느정도 안다.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B급 영화가 뭐지? 싶다면 이 영화를 떠올리면 대충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 달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2편의 영화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는

남기남 감독의 이 경이로운 기록.

감독을 뭐라고 할 건 아니고, 그 당시의 우리 사회가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던 그 당시의 사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후 디워, 심형래 감독의 영화가 나오고

흥행(?)을 이루기까지 어떤 호구적인 부분의

전략이 숨어 있는지까지 얘기를 해 주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호구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서두에 얘기했던 별다방 호갱을 비롯하여

 

그것을 인지하든 못하든

자의로 혹은 타의로 호구가 되었든

 

그걸 알았다고 해서 더이상 호구 잡히지 않겠어!

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당연하게 호구인채 살아가지도 않겠지.

 

다만, 어쩌면 인생의 상당부분을 호구인채 살아갈 것이다.

그에 반대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래도 내가 호구가 되는 편이 몸과 마음적으로 좀 덜 힘든 방향이 되기때문에..

 

호구가 나쁘다, 호구가 되지 말자 이런 책은 아니다.

그저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호구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작가의 눈으로 작가의 생각으로 풀어 낸 책이다.

 

아직은 살만한 이 세상,

 

어떤 착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호구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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