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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초병이 있는 겨울별장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20년 12월
평점 :
겨울이 지나가는 어디쯤,
가끔 상상을 한다.
나도 별장 하나 갖고 있어서, 사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에서 가끔 휴식을 취하면 참 좋겠다 하며...
그래서 처음 관심이 갖지만
보초병? 그리고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별장이 주는 그런 휴식과는 조금 동 떨어진
음산한 기운 때문에
궁금했던 책.
보초병이 있는 겨울별장

혈액원 출장팀 여섯.
책임 관리팀장 최 와 버스 운전 담당 김기사
문진간호사 재인과 간호조무사 유리
채혈 담당 영미와 수연
군 부대 헌혈을 위해 혈액원 출장팀 여섯은 어느 겨울 영천산으로 향하게 된다.
근처 숙소를 구하기 어려운 그들은
1시간 거리 남짓 떨어져 있는 군 전용 별장을 소개 받는다.
네비게이션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 그곳.
비밀유지 각서에 사인 후
그들은 군 장교들이 휴가철 머무는 곳인 용호별장으로 향한다.
용호별장으로 향하는 길 버스 라디오에서는
필리핀 치커섬에서 원인불명의 열병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당분간 치커 섬으로 이동을 전면금지한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게 된다.
그리고 도착한 용호별장에서 그들은 별장 보초 담당 안상병과 정일병,
취사 담당 박상병 그리고 책임자 대위를 만나게 된다.
기록적인 눈이 쏟아지고,
영미는 고립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함께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어쩌면 눈이 오는동안 월급과 출장비는 쌓이고
자신은 별장에서 휴식 아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출처 https://pixabay.com/photos/house-cemetery-haunted-house-2187170/
하지만 기쁨도 잠시,
부대원들의 바이러스 감영 증상같은 모습과
갑작스레 숨이 멎어버린 출장팀 책임자 최.
그들은 그리하여 별장에
고립이 아닌 사회로부터 격리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서서히 나타나는 사람들의 숨겨진 본능.
그들을 위협하는 건
과연 치사율 30%의 치커 바이러스 일까,
아니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이 버려진 본능일까?

아침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지.
하지만 깨어 있어야 해.
절대로 절망하지 마.
어쩌면 계속해서 울리는 코로나19 안전 문자 속에서 책을 읽어서 일까,
그래서 더 빠져들어 읽었던 것 같다.
극한의 상황에서 벌어지는
생존에 대한 본능이 어떻게 꿈틀대는지
그리고 저마다 감추고 사는 내면의 어둠이
마치, 바이러스 처럼 퍼진다는 생각을 했다.
공포가 엄습해 오는 상황 속
그 상황을 즐기는 듯 게임을 제안하는 대위
그리고 절대 복종을 요하는 대위의 행동과
그것을 자신들도 모르게 따르게 되는 일행.
숨막히는 상황 속 게임
별장 속 인원 중 없어도 되는 한 사람을 고르라는 질문에
영미는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 건 명령에 대한 불복종.
과연, 그녀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그리고 일행들은 어떤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그 대답이 가져오는 결과는....
어떤 일이 펼쳐질지 예상이 되지 않아
더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나갔던 "보초병이 있는 겨울별장"
사람의 본능이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는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 해 볼 수 있게 하는 소설.
한 번 읽어보는건 어떨까요?
어둠이 잠식해 버린 상황에서 과연 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아침을 맞이 할 수 있도록
깨어있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