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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 300만 살 도시공룡 브라키오의 일상 탐험
조구만 스튜디오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덧 12월.
조금은 많이 우울함이 있었던 2020년.
나의 한 살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졌을지를 되돌아 보고,
내년의 또 한 살은 어떤 이야기로 채울지 설렘 속에서
보내게 될 12월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지난 1년의 이야기도
앞으로의 1년의 이야기도
코로나가 없다면, 코로나가 없어져야, 코로나가 없기를
이 생각만 계속 하게 되고 있는 요즘.
무언가를 계획해도
예전에는 참 쉬웠던 것들이 참으로 어려운 지금.
여행도 근처 나들이도 ...
그런 내 마음을 잔잔하게 그리고
이런 삶도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준 고마운 책.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어쩌면 좋아...
그냥 막 표지만 봐도 귀여움이 넘쳐흘러 ㅎㅎㅎ
두 손 모아 무릎을 감싸 안고 보일 듯 말듯 미소 지은 얼굴로
앞의 식물을 가만히 바라 보고 있는 브라.
(* 브라는 이 책의 주인공, 브라키오 공룡 )
이 책을 읽는 방법
1. 시간은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약간 서글픈 날, 혹은 아무 때나 괜찮아요. (너무 많이 행복할 때만 빼고.)
2. 침대나 바닥, 푹신한 소파에 앉도록 해요.
(책상 의자는 추천하지 않아요.)
3. 온몸의 힘을 뺍니다. 종이 한 장을 넘길 정도의 손가락 힘,
그 정도면 충분해요.
4. 슬렁슬렁 책을 넘깁니다.
5. 질문들이 간혼 보일 겁니다. 옆에 펜이 있다면 써도 좋지만
귀찮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6. 다만 생각해볼 질문이 있다면 잠시 멈춰서
머릿속으로 답변을 생각해봐요.
7. 속으로 떠올린 그 답변, 그 조각들이 당신을 만들었어요.
퇴근 후...
쳐진 어깨로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잠시 꺼내 들고 읽었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 짓고,
같이 흥분하고,
아, 이건 나도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내용도 있고 (읽어 보면 알것이에요 ㅎㅎ)
다 읽고 덮을 때 쯤엔
아쉽다는 마음이 들었던 책.
더 읽고 싶었고,
더 공감하고 싶었는데
벌써 다 읽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하고,
행복해하는 브라의 모습을 보니
생각나는 하나. ㅋ
예전에 내가 잠깐 이해가 안갔던 부분.
집 앞에 빨래방이 생기면서,
아니 대체 집에 세탁기가 다 있는데
빨래방이 웬 말이야??!!
저 사장님 망하는거 아니야? 어쩜 좋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나는 아직 빨래방을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주변에 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
그 뽀송함이 집에서 세탁기에 돌릴때랑 너무 다르다며
극찬을~ ㅎㅎㅎ
그래서 나는 그 담부터 쓸떼없는(?)
빨래방 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안했던... ㅋ

이 무렵 나는 같은 이유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1분 대기조로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듯 굴었다.
분명 내 시간이었는데 내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이걸 보면서 함께 흥분했던... ㅋ
언제나 나를 1분 대기조로 생각하고,
당장 뭘 해 달라, 해 달라 요구하고
잠시 후 아니다. 안해도 되겠다 말아 버리는...
그런 경험들 다 있을텐데...
상대가 물론 일부러 그런건 아닐지라도,
참 당하게 되면 기분이 매우 언짢아 지는 그런 경험.
다만, 내가 그 상대의 상황이 되면
나는 어쩔까?
민폐인줄 알면서 할 수 밖에 없겠지? ㅠㅠ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일들과
나 역시 겪었던 경험들
그리고 고민했던 일들이
책 속 공룡, 브라와 함께
공감하며 위로도 받으며
그렇게 퇴근 후 시간을 잔잔하게
따뜻하게 채울 수 있어서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생각들이
어느새 가벼워 짐을 느꼈다.
어느날 갑자기 내가 되는건 아니니까
이렇게 혼란 스러운, 그리고 잠시 일시 멈춤 상태인 듯 하지만
여전히 나 다움을 찾아 가고 있는 이 시간이니까
2020년 한 해도 내겐 중요한 해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무엇때문에라는 핑계는 더 이상 꺼내지말고,
2020년도 나를 나답게 해 준 한 해였고,
다가올 20201년도 나를 더욱 더 나 답게 해 줄 한해니까
소중하게 대하고,
감사하게 살아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