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침표에. 천 일의 쉼표를 찍다,
이주완 지음 / 레드우드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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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했던 19살, 그저 친구들과 신나게 축구 한 게임하며 어울리고 수험생 고3이라는 시간을 학교 회장에 당선되며 좀더 파이팅 넘치게 보내려고 했던 아이 이주완.

가을에 걸린 감기가 겨울이 지나 봄이 될 때까지도 낫지 않고,

계속되는 무기력과 몸의 이상 징후로 찾은 병원에서

백혈병을 진단받고 모든 삶의 모든것이 병의 치료라는 하나의 목표라는 지점으로 향해진 아이 이주완.

그런 주완이의 천일 동안의 이야기와 그것을 지켜보며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엄마와 가족 이야기.

 

 

내 기억 속 백혈병은.

나 어릴적 참 자주 등장했던 드라마 속 병이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어느날 아파서 또 다른 주인공과 이별 할 때 어김없이 주인공은 병원을 가서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요즘엔 거의 그런 드라마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였을까?

백혈병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잊었다.

그랬던 병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전히 존재했고 여전히 누군가는 병을 이겨내려고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인 19세 이주완의 이야기를 읽었다.

“괜찮을 거야.” 라는 말은 적어도 그와 비슷한 일을 겪어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엄마도 내게 “괜찮을 거야.” 라는 말 대신 “잘 견뎌.”라고 말해 주었다.

 

새로운 것과 도전을 즐기던 고3 수험생 이주완.

고3 시작의 봄 어느날. 수험생활의 시작이 아닌 골수 검사를 시작으로 그렇게 19세를 시작한다.

엄마 역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쉽게 괜찮을 거란 말 대신 그저 아들을 향해 잘 견뎌라는 말을 해 줬을테고 그런 엄마의 떨림이 내게도 전해져서

나는 시작부터 마음이 무너졌다. 어쩌지...

 

                                

주완이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정말 어떡해.. 어떻게해야하지?

이럴땐... 그저 이런일이 생기지 않길 내겐.

그런 생각만 들었다. 나는... ㅠㅠ

으악! 퇴원이라니! 너무 기뻐서 손발이 막 오그라든다. 이름을 ‘이퇴원’으로 바꾸고 이태원에 살고 싶을 만큼 퇴원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주완인,

나를 종종 웃겨주기도 했다.

하염없이 무너지며 읽다가도 이런 귀여움에선

풉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퇴원으로 이태원에서 살기라... ㅎㅎㅎ

 

                                

내 아들이 외출을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 분이 넘치게 행복했다.

이 엄마의 마음이 또 나를 눈물나게 한다.

친구를 만나겠다며 나간 아들을 보며 그저 외출 한 사실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 

 

                                

무균실 침대와 일반병실 침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무균실 침대가 아무리 좋아도 일반병실 침대를 못 따라온다. 눕는 자리보다 누울 때의 기분이 편암함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균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치료를 한다는 걸 책을 보며 알았다.

무균실에서의 생활 (이건 그저 읽기만 하는 내게도 너무 고통스러움이 전해져서 절대 겪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일반병실에서의 생활.

모든 정성과 맛을 0으로 만드는. 무균식.

다 된 밥에 무균식 뿌리기 라는 말에 나는 또 한 번 웃었다.

균만 없애면 되는데 맛 마저 없애 버리는 무균식이 나도 무섭다. 

 

                                

힘들다는 생각조차도 죄가 되는 것 같아 꼼짝할 수 없었다.

 

아이가 아프면 모두 다 내 잘못인것 같고,

아이가 아프면 내가 지은 죄 자식에게 내려 지는 것 같은 생각때문에.

뭐든 다 내 탓 같아 한 없이 내가 원망스러울 때.

주완이 엄마도 주어진 1시간의 면회 시간 동안 한 번 앉은 자세를 면회가 끝날 때 까지 고치지 않고 앉아 있을 만큼 모든게 다 조심스러웠을테지...

 

 

                                

만약 내가 살아남는 그 한 명이 된다면, 그 1%가 나에게는 곧 100%인 것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을 때 5년 생존율이 40% 정도라는 교수님의 설명엔 나도 의아했다.

그 어려운 항암 치료 받고 이식까지 가능해 졌는데.

5년 생존율이 40%라니?

완치 되는게 아니었어?? ㅠㅠ

 

 

                                

그렇게 많은 항암 치료를 받고, 골수를 주눈 사람조차 철저하게 검사하고 안정을 취할 만큼 진중하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서 눈앞에 이식만을 앞두고 있는데, 왜 통쾌하게 “이식하면 모든 치료가 끝납니다. 생존율 100%로 완벽하게 치료가 끝납니다.”라는 말을 왜 못 하는지...

정말 고민 많았을 누나도...( 당연히 동생을 살려야 겠단 생각은 하지만 전신마취까지 하며 수술하고 몸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고 여러 검사까지 하는 그 과정을 거쳐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리라 마음먹긴 참.. 어려웠을텐데 ㅠㅠ)

두 자식을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할 엄마도...

그리고 주완이도.

모두 완치라는 말을 기대 했을텐데

나마저도 ㅠㅠ

괜시리 교수가 미워진다.... ㅠㅠ

책은 이렇게 주완이와 엄마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나는 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얼마나 조마 조마 했던지...

망가진 신장으로 다시 입원할 땐 어쩜 좋아하며 더 동동거리며 읽었다.

 

주완이의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다.

마지막 없이... 5년 후 그리고 또 5년,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읽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

19살 시작된 이야기를 23살 모두 적어 내려간 주완이의 이야기를 다른 시작 혹은 다른 삶의 내용으로 적어 내려간 28살, 33살 이야기를 계속 볼 수 있길 희망한다.

생각보다 더더더 힘들것 같은 항암치료도

그리고 별거 아니라 쉽게 생각 했던 헌혈도

내 생각을 모두 다 바꿔준 이 한 권의 책.

곧 헌혈도 하고, 내 몸 건강 관리에도 좀더 관심 갖고 살아야겠다. 

 

 

 

책과 함께 들어 있는 노트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기록 할 수 있을까...

내 삶을 나는 어떤 내용을 적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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