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 민음사 모던 클래식 46
유디트 헤르만 지음, 이용숙 옮김 / 민음사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죽음, 낯설지만 결코 친밀할 수도 없는...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라는 사실이고 가장 불확실한 것은 그 ‘죽음의 때’이다. 하루에도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TV뉴스에서 아나운서가 무미건조한 톤으로 죽음의 소식을 전하는 것을 듣고 혹은 가끔 주변 사람들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듣는다. 때론 그 죽음이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어떤 이의 죽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죽음은 때론 가볍고도 갑작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그 죽음 앞에 진지해지기가 어렵다. 나의 죽음이란 언제나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생각해보면 우린 절대 그 죽음에 대해 익숙할 수도 없고 또 부인할 수도 없다. 생각해보면 지금 현재 살아있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해져본 적이 없는듯하다.



소설 알리스는 큰 굴곡이나 극적인 장치 없이 그저 흘러가는 줄거리 속에 주인공 알리스를 둘러싼 주변 이들의 죽음 사건으로 이루어져있다. 마치 진짜 우리의 인생처럼... 사실 우리의 삶이란 드라마나 영화처럼 사실 그렇게 극적이지 않으니까. 별 특별할 것 없는 우리 삶에서 어느 순간 끼어드는 죽음의 그림자. 이 소설은 바로 그 점을 사실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알리스 그녀의 인생에서 함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었던 이들이 하나 둘씩 그녀를 떠나갈 때마다 그녀는 소리 내어 한 번 크게 우는 모습도 없이 살아남은 자로 여전히 세상에 남겨진 자로 떠나간 이의 흔적들을 되새기며 살아간다. 소설 속 죽음의 장면 속 계속 비집고 들어오는 유행가소리들, 변함없이 각자의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는 소중했던 한 사람의 죽음 후에도 여전히 세상은 그 시간 위를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이따금 그들의 의식 속을 파고드는 떠난 이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보듬고 또 그렇게 살아있는 자의 생활을 살아간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살아있는 자들의 이야기이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는 계속 혼자 걸으려고 했는데, 아직 똑바로 걷지 못하고 삐뚤빼뚤 걸었다.’(p.14)


미햐는 죽어가고 있고 미햐가 세상에 남긴 또 다른 생명, 그의 아기는 한 인간으로서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무대는 죽음과 생명이 공존하는 공간인 것이다.


‘그러면서 수녀는 방에서 나갔다. 저렇게 환자 얼굴이 마르면 오래가지 않거든요.’(p.18)


‘그리고 움직이는 숫자들을 심사숙고하듯 환자 기록표에 적어놓고는 도망치듯 병실을 나가버렸다. 간호사는 자기가 체온을 재는 동안 미햐가 숨을 거둘까봐 겁을먹은 것 같았다.’ (p.27)


누군가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이 단정 짓고 예견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하고 또 누군가에는 무서울 만큼 낯선 것이다.


알리스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죽음과 맞닿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삼촌의 죽음 이후 알리스가 태어났으니까.


소설 속 그녀의 마지막 연인 라이몬트 죽음이외에 알리스는 나머지 넷의 죽음을 전부 소식을 통해 듣거나 이야기를 통해 ‘전해’들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그런 방식 그대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알리스를 통해 연인 라이몬트의 죽음을 전해듣게 된다. 죽음이라는 것, 그 의미,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그 심정...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하기엔 참 복잡하다. 작가 유디트 헤르만은 우리가 느끼는 그 죽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막장 드라마속 백혈병, 위암 같은 그런 죽음의 그런 극화된 모습도 아닌..그냥 있는 그대로.



나는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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