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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책 - 첫 장도 넘기기 힘든 당신을 위한
강양구 외 지음, 한국서점인협의회 엮음 / 북바이북 / 2020년 9월
평점 :
서점 갈 때 들고 가면 좋을 책, 시작책
20여년 전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동안
영시 읽고 배우기는 즐겁고 의미 있었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싯구는 나타나, 나를 강하게 보호한다. 내 삶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내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편해진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힘든 일 이어서 졸업한 뒤 다른 장르만큼 시를 읽지 않았다. 마음에 들어 산 여러 권은 책장만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고, 마음이
바쁘다 보니 잘 읽히지 않았다.
그런데 <시작책>의 “시 시작책” 부분, 다시 말해 황인찬 작가가 시를 시작하면 좋을 책들을 한 권씩 한페이지에 소개한 부분을 읽고, 다시 읽고 싶은 용기가 생겼다. 각 시집을 읽으며 초점을 맞춰서
보아야 하는 부분을 쉽게 개략적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 될 것 같았다. 책 읽기의 항로를 보여주고 있으니, 그려진 항로를 보고 마음이 날아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그곳을 잘 여행하면 된다. 나는 시인이 ‘책을
읽기 시작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을 읽고 시집을 검색했다.
“우리는 미술관의 현대 미술 작품을 모두
이해하면서 감상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색채와 형태, 질감,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어떤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운 즐거움을 얻어냅니다. 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편의 시가 제시하는 하나의 문장이나
단어, 혹은 이미지 등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시를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
“여기 추천한 시집들은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해의 측면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해되는 시집부터 손쉬운 이해 자체를 스스로 거부하는
시집까지 여러 면모를 갖추고 있습니다. (중략) 어쩌면 여러분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깊이 빠져드는, 그런 시집을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소개된 시 시작책 중 배수연 작가의 『조이와의 키스』 를 만났다. 시인의 소개에 따르면, “감각의 논리를 따라 언어와 사물을 이리저리
만지며 뛰노는 시집” 인데, 이 책을 시작으로 “사유의 장르”이기도 하지만, “감각의
장르” 이기도 한 그녀의 시를 찾아 읽어 보았다. 시인의
Guiding에 따라, 시를 읽어 보니, 조이를 Enjoy의 Joy로, 그리고 조이의 키스의 대상은 이성일 수도 있지만, 내 일상, 삶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름답게 가꾸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내 편은
나 밖에 없기에 괜찮다고 자꾸 말해주며, 현재를 즐기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 기쁨만큼 슬픔도 느끼겠지만, 설렘과 충분한 사랑을 안고 살아가면, 슬픔에 매몰될 일이 적어질 거라는 것.
내 일상이 더욱 따뜻하고 밝아 지길 바란다. 감성이 메말라 마음이 지쳐 삶의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빛나는 다양한
감각을 뽐내는 배수연 작가의 시를 읽으며, 따뜻하고 촉촉한 감성을 안고 살고 싶다.
이 책은 시 뿐만 아니라, 소설, 에세이, 인문교양, 과학, 철학, 자기경영, 심리학, 예술, 그림책,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청소년 시작책들을 소개하며, 각 페이지 하단에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세권이 추천되어 있다.
책 읽기를 제대로 시작하고 싶은 독자에게 작가님들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읽기 경험의 노하우와 핵심을 제시한다. 가이드가 되어 길을 안내 하 듯이, 책을 안내하고 있다. 어떤 부분을 도움 받을 수 있을 지 명확히
이야기해준다.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할 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서점 갈 때 들고가면
좋을 책. 시작책.
위 서평은 교보북살롱으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