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스토브 - 오시로 고가니 단편집
오시로 고가니 지음, 김진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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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전 예고만 봤을때 마음을 사로잡은건 마지막 만화인 (소중한 일) 이었지만, 의외로 사랑스러운건 제목이자 첫 만화인 (해변의 스토브)였다. 역시 단편만화들을 대표할만 했달까. 그리고 절실히 공감된건 (바다 밑바닥에서). 누구나에게 있을 일에 대하여 사랑스럽게 그려낸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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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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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당연한거야."

"범죄자는 그걸 각오해야해. 자기만 교도소에 들어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야. 자기만 벌을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단 말일세."


차별을 핑계로 도망쳐왔고, 또 다시 차별에 괴로워하는 나오키에게 회사의 사장은 그것 역시 살인강도 츠요시가 받는 벌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것이, 범죄자의 가족들이 처하는 상황들을 퍽 냉정하게 꼬집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죽음이라고.


그간 나오키는 차별의 시선을 많이 받아왔다. 또한 한편으로는 그 차별을 핑계로 힘든 상황에서 도망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비겁함이나 치졸함이 분명 있었음에도, 차별의 시선을 핑계삼아 도피해버린 것이 분명히 있다. 아사미와의 일이 분명히 그러하다.


하지만 어쨌든 나오키가 차별의 시선으로 인해 오랫동안 괴로웠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결국 나오키는 형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하고 편지를 썼다. 그러나.


데카오가 말했듯,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정신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나오키는 언제고 형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살겠지. 나오키가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형의 형벌을 나눠지고 살아야 했던 것도 무거울 것이고, 자신이 결국 형을 버렸다는 사실 역시 나오키에게는 무거울 것이다. 그건 확실히, 몹시 슬픈 일이다.


그러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나오키나 츠요시를 함부로 동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퍽 냉정하다. 나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츠요시는 피해자의 유족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 '저는 편지같은 것을 보내서는 안되는 사람'이라고 썼다. 슬픈 말이고, 독자로서 동정이 가는 말이지만, 냉정하게는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때때로 범죄자의 인권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보고 듣게된다. 개인적으로, 범죄자의 인권보다도 중요한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 눈에는 인권침해라고 보일 수도 있겠다. 특히 범죄자의 주변사람에 대해, 그들이 저지른 범죄도 아닌데 어째서 그들 역시 함께 괴로워해야 하냐는 말을 들으면, 나 역시 이따금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것에 대해 나는 책 속 사장의 말이 제법 설득력있는 말로 들렸다. 사회적 죽음, 그 것 역시 범죄자들이 저지른 일의 대가라고.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가로,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차가운 시선 아래 놓이게 되는 것. 그러니, 그것을 무서워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머리로는 '저 사람이 저지른 일이 아니야'라고 하면서, 결국 '혹시나'하는 마음에 그들을 꺼려하고 만다. 많은 이들이 나오키를 피하며 꺼려했던 것처럼. 일말의 불안감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인간은 모순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자네가 형을 원망하건 어쩌건 그건 자네 자유지. 다만 남을 원망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일세. 좀 더 알기 쉽게 말하면,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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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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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한 것을 채우지 못한 소설. 반전과 반전은 흥미롭지만 아침 막장드라마를 마주한 흥미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이후 안나벨과 프란시스의 관계까지 가서는 짜맞추어 넣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한다. 


무엇보다도 살인자들이 받은 면죄부는 결코 정당하지 않다.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주는 면죄부는 역겨울 정도다. 진실을 밝혀내려는 '스테판'이라는 존재에게 끝끝내 '배신자'라는 틀을 부여한 주인공의 행태를 일인칭으로 보고 있으려니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대체 뭘 본거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 주인공이 알렉시 드빌을 찾아가 지껄이는 소리도 결국 자기 변명의 색채가 아주 강하다. 주인공은 빙카를 망가뜨렸기 때문에 빙카를 죽인것이 결국 알렉시라고 소리치지만, 빙카를 죽인 건 그의 어머니인 안나벨이다. 알렉시가 아니다. 빙카와 알렉시 드빌 사이에서 주인공은 어떠한 권한도 없다.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책. 다만 기욤 뮈소는 확실히 흡입력 하나는 뛰어난 작가다. 그렇지만 나는 명성을 믿고 책을 구입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다. 두번째로 펼쳐보지 않을 책을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버렸으니까.

지어낸 이야기를 믿는다고 진실이 되는건 아니죠. 빙카의 죽음에 대해 단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바로 당신이에요. -토마가 알렉시에게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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