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아이돌보미’의 집행유예 선고로 많은 엄마들이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14개월 된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악질적인 행위에 어떻게 집행유예가 나오냐는 것이죠.
사회의 공분을 사는 이유를 감정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소아과 의사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의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이런 악질적인 행위가 성인이 되었을 때 되돌릴 수 없는 질병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아니, 경고라기보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죠.
반복되는 정서적·신체적 학대, 신체적·정서적 방임, 가정 내 약물남용과 알코올 중독 등 성인이 되기 전, 그러니까 18세 전에 가해지는 각종 폭력은 성인 이후 나타나는 질병의 원인이라는 게 저자의 가장 큰 주장입니다.
대개는 성인성 질병의 원인을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혹은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유래한 다고 봐왔습니다. 그것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지만,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성인이 된 후 나타나는 당뇨, 비만, 호르몬계통의 질병 등이 부정적 아동기를 지낸 사람에게 훨씬 많이 일어난다고 본거죠.
부정적 아동기를 경험하면 심장병, 암, 만성폐쇄성질환에 걸릴 확률이 최소 2배에서 4배 정도까지 높아진다는 겁니다.
무표정한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의 성장이 멈춘다던가, 아동기 시절 당한 성폭행으로 인해 몽유병에 걸리거나 당뇨에 걸리는 것 등 말입니다.
그래서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나 고모와 같은 주양육자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다면 그런 유독성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고, 성인이 된 후에 겪게 되는 외부적 충격을 이겨낼 힘도 생긴다는 겁니다.
사실 이정도의 이야기들은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사랑하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늘 생각하는 일일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엄마의 경우 이 한 몸 부서져도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과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의붓아버지 혹은 계모, 아니 친부나 친모에 의한 아동학대 소식을 접하면 사회적인 분노가 일어나는 것 아닐까요.
쉽게 이야기하는 소위 ‘트라우마’는 우리의 DNA에 새겨져 성인이 된 후 외부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뒷골이 당기고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폐쇄성을 일으킵니다. 때로는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도 하죠.
부모로써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준다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 너무 서툴지는 않았는지도 반성하게 하고요.
저자는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이 불행이 가득한 부모와 생활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밀착 대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저 돈으로 먹고 살만하게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거죠.
돈만 뿌려대며 복지, 복지 떠드는 정부 관료님들이 자알 읽어봤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