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기술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당신의 신앙이 당신의 생각과 당신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크리스찬인 나는 이 말씀을 듣고 한동안 많은 반성 속에 살아야 했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한 대 얻어맞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식이, 공부한 내용이 나의 존재를 이루는 씨실과 날실이 되어서 이 내용을 모르고 있던 시절의 나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지식이 된다...'

왜 엄마들이 모이면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 않는가. '옆에서 아무리 공부하라고 들볶아도 소용없어. 나중에 자기가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껴서 해야지.' 하지만 이 땅의 학생들 대부분은 공부를 다 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잘못된 방법으로 죽기살기 시간만 보낸다면 그 것은 절망과 만나는 길이다. 오죽하면 '아무리 공부해도 잘 되지 않는다. 미안하다'면서 유서를 남기는 일마저 생길까. 이 책의 생각기술은 바로 그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을효율적으로 공부로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책을, 내가 가르치는 (나는 중학생을 몇명 가르치는 소위과외선생이다.) 애들에게 '공부잘하는 방법' 을 알려줄 요량으로 사서 읽다보니 어쩌다가 두번이나 읽었다. 근데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나이 어린 저자가 저 잘난 맛에 쓴 건 아니다 싶었다. 저자가 전에 쓴 공부기술도 똑같이 읽었는데 그 책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방법론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는 좀더 원론적이다. 하지만 아이들만 읽기에는 내용의 깊이나 폭이 녹록하지 않다.

어떤 독자리뷰에는 저자의 잘난척과 사회경험 없음을 이유로 책 내용마저 폄하하고 있지만 세상 일을 다 직접 겪어봐야 평할 수 있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리키고 있는 달을 보지 않고 그 가리키는 손이 굵네, 짧네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다. 나역시 저자의 과도한 일반화나 선진국 유학생으로서 갖는 우월감 같은 게 괜시리 삐딱하니 맘에 안 든다. 또 르네상스 이야기가 너무 많고, 난데없이 보들레르시를 번역해놓은 것은 진짜 '잘난척'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머리 굵어진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고(다시 공부하고 싶어지는 게 솔직한 심정...), 내 학생들에게 꼭 알려주어 머리에 새겨주고 싶은 솔깃한 내용임엔 틀림없다.

'만약 당신이 뉴욕 맨하탄에서 티셔츠의 30대와 양복입은 말쑥한 40대가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걸 봤다면 30대가 사장이고 40대가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 사장은 높은 직위에 오름으로써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사게 된것이다....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결국 자유로움을 확보해가는 과정이다.'

'첫째. 20분 공부하고 10분 쉬어라/ 둘째, 서로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쓰는 공부를 번갈아 해라 '....하는 10계명류의 이야기만 접수(?)하던 내 학생들은 놀랍게도 이 대목에서 큰 반응을 보였고 '올타올타! 맞다구리!!'를 외쳐댔다. 분명한 동기부여였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저자의 이 말은 쉴틈없이 암기와 계산을 반복하느라 내가 무슨 지식을 쌓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점검해볼 틈 없는 학생들,,, 그리고 공부를 왜,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같은 어른에게 좋은 자료가 되었다.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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