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빛나는 어린이 문학 4
권정생 글, 이형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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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 윤에게.
오늘은 엄마가 소개하려는 책은 <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권정생 글/이형진 그림/웅진주니어 펴냄)>야. 너도 잘 아는 <강아지똥>을 쓰신 권정생 할아버지의 짧은 동화 4편을 묶어 놓은 그림책이란다.
이 책은 3학년인 네가 읽기엔 시시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담고 있는 뜻은 결코 만만하지 않단다. 엄마도 큰 감동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힘이 센’ 책이지. 우선 책표지에 조그만 소나무가 인자하게 생긴 달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는 그림이 있는데 왠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나. 그럼 내용을 한번 살펴볼까.
첫 번째 동화 <소낙비>는 오랜 가뭄 끝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던 날의 이야기야. 시냇가에 살고 있는 어린 풀들은 갑작스런 비바람과 천둥 번개에 놀라 벌벌 떨며 울부짖었어. 하지만 먹구름이 물러간 뒤 그 무섭던 소낙비는 오랜 가뭄으로 시들어가던 시냇가 생명들을 살리는 고마운 비였다는 걸 알게 된단다. 사람은 고난을 이겨낼 때 보다 성숙하고 강해진다고 하지.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슬퍼하거나 불평하는 대신, 이 어려움은 나에게 꼭 필요한 소낙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기소나무>는 얼른 자라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초가집의 재료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나무의 이야기란다. 사랑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나누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구나. 그리고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지 않고 ‘제일 착한 것 말고 보통으로 착하면 된다.’고 말하는 아기소나무의 겸손함에 또 한 번 감동을 느끼게 된단다.
<금희와 아기물총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야. 금희라는 소녀가 죽은 아기물총새를 발견해서 곱게 땅에 묻어주고 그날 밤 꿈에 돌아가신 엄마와 아기물총새를 만나지. 죽음은 분명 슬픔과 그리움을 안겨주지만, 생명을 더욱 소중하고 측은히 여기는 고운 마음을 싹트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단다.
<두꺼비>는 멋진 외모를 뽐내지만 하루 종일 먹을 것만 찾느라 바쁜 수탉과 못생겼어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생각할 줄 아는 두꺼비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사는 것이 멋진 것인지 잠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란다.
세상 모든 일은 하느님의 섭리요, 선물이라고 하는 권정생 할아버지의 동화는 이웃과 함께 기뻐하고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1등 하는 법, 이기는 법만 배우고 사는 우리들에게 세상 보는 눈,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을 새롭게 선물해주는 동화집이야. 우리 딸, 꼭 한번 읽어볼 거지? 그럼 다음 편지를 기대해주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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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기술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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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당신의 신앙이 당신의 생각과 당신의 생활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진정한 신앙이 아니다.' 크리스찬인 나는 이 말씀을 듣고 한동안 많은 반성 속에 살아야 했다. 이 책은 이와 비슷한 '한 대 얻어맞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식이, 공부한 내용이 나의 존재를 이루는 씨실과 날실이 되어서 이 내용을 모르고 있던 시절의 나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어야만 비로소 진정한 지식이 된다...'

왜 엄마들이 모이면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 않는가. '옆에서 아무리 공부하라고 들볶아도 소용없어. 나중에 자기가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껴서 해야지.' 하지만 이 땅의 학생들 대부분은 공부를 다 잘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원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잘못된 방법으로 죽기살기 시간만 보낸다면 그 것은 절망과 만나는 길이다. 오죽하면 '아무리 공부해도 잘 되지 않는다. 미안하다'면서 유서를 남기는 일마저 생길까. 이 책의 생각기술은 바로 그 '스스로 해야겠다고 느끼는 것'을효율적으로 공부로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이 책을, 내가 가르치는 (나는 중학생을 몇명 가르치는 소위과외선생이다.) 애들에게 '공부잘하는 방법' 을 알려줄 요량으로 사서 읽다보니 어쩌다가 두번이나 읽었다. 근데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번째 읽을 때가 훨씬 더 재미있었다. 나이 어린 저자가 저 잘난 맛에 쓴 건 아니다 싶었다. 저자가 전에 쓴 공부기술도 똑같이 읽었는데 그 책이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방법론이라면 이 책은 그보다는 좀더 원론적이다. 하지만 아이들만 읽기에는 내용의 깊이나 폭이 녹록하지 않다.

어떤 독자리뷰에는 저자의 잘난척과 사회경험 없음을 이유로 책 내용마저 폄하하고 있지만 세상 일을 다 직접 겪어봐야 평할 수 있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가리키고 있는 달을 보지 않고 그 가리키는 손이 굵네, 짧네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다. 나역시 저자의 과도한 일반화나 선진국 유학생으로서 갖는 우월감 같은 게 괜시리 삐딱하니 맘에 안 든다. 또 르네상스 이야기가 너무 많고, 난데없이 보들레르시를 번역해놓은 것은 진짜 '잘난척'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가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머리 굵어진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고(다시 공부하고 싶어지는 게 솔직한 심정...), 내 학생들에게 꼭 알려주어 머리에 새겨주고 싶은 솔깃한 내용임엔 틀림없다.

'만약 당신이 뉴욕 맨하탄에서 티셔츠의 30대와 양복입은 말쑥한 40대가 길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걸 봤다면 30대가 사장이고 40대가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 사장은 높은 직위에 오름으로써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를 사게 된것이다....우리가 공부하는 것은 결국 자유로움을 확보해가는 과정이다.'

'첫째. 20분 공부하고 10분 쉬어라/ 둘째, 서로 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쓰는 공부를 번갈아 해라 '....하는 10계명류의 이야기만 접수(?)하던 내 학생들은 놀랍게도 이 대목에서 큰 반응을 보였고 '올타올타! 맞다구리!!'를 외쳐댔다. 분명한 동기부여였다.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저자의 이 말은 쉴틈없이 암기와 계산을 반복하느라 내가 무슨 지식을 쌓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점검해볼 틈 없는 학생들,,, 그리고 공부를 왜,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고민하는 나같은 어른에게 좋은 자료가 되었다. 읽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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