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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 오로지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낸 강수진의 인생 수업
강수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7월
평점 :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30년 동안 발레리나의 인생을 살았던 강수진씨가 은퇴를 하면서 쓴 책이다.
물론 그녀는 지금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이다.
그동안 강수진씨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발레리나이고, 그녀의 피나는 연습과 인고의 노력으로 인해 상처 투성이인 발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었다는 정도로만 강수진씨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그녀의 삶은 열정, 열정, 그리고 또 열정 그 자체인 삶으로 소개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녀가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에는 운이 좋아서, 혹은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라기 보다 남들이 모두 잠든 그 시간에, 남들이 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꾸준히 연습을 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상의 자리에 선 위대한 인물들을 보면,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강수진씨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피로로 인해 꼼짝달싹할 수 없을 만큼 본인을 몰아 붙이는 연습을 계속 하고 머리와 가슴이 발레 말고는 다른 것을 담을 수 없도록 매일 그렇게 연습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처음부터 발레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고, 9살부터 한국무용을 배우다가 2년 정도 쉰 다음에 예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학교에서는 발레 전공자가 부족해서 한국무용 전공자 중에서 발레로 전향할 학생을 찾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고, 중학생이 되어 발레를 시작한 그녀는 한국무용에 익숙해진 춤사위를 발레로 바꾸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연습실에서 바를 잡고 멍하니 서 있거나, 발레 스텝을 밟다가 졸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그녀가 발레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캐서린 베스트 선생님 때문이라고 한다.
캐서린 선생님은 팔이나 다리를 조금만 사뿐히 움직이거나, 평상시보다 조금 더 열심히 연습한 날은 어김없이 칭찬과 격려를 쏟아주셔서 강수진씨는 점점 발레 수업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발레가 어찌나 좋았던지 밤에 잘 때 토슈즈를 벗지 않고 잠들기도 했다고 한다.
또, 그녀의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 있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장이었던 마리카 선생님이 발레에 재능이 있는 진주를 발굴하기 위해 한국에 오셨는데 마리카 선생님의 눈에 그녀가 들어왔던 것이다.
마리카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은 무대에서 복잡한 동작을 하며 실력을 자랑하는 반면, 강수진 씨는 큰 동작 없이 가만히 서 있는데도 관객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고 하시며,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아우라가 있다며 그녀를 모나코로 데려가고 싶어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직 어린 딸을 유학보내는 것을 주저하였지만 "수진은 10만 명 발레리나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아이입니다. 더 큰 세상에서 발레를 배워야 해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갈고 닦으면 분명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성장할 겁니다."라는 마리카 선생님의 확신에 찬 말에 그녀를 유학 보내기로 결심하였다.
그녀는 모나코 유학시절에 모두가 잠든 밤 달빛을 조명 삼아 몰래 도둑연습을 했다고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해야했기 때문에 9시가 되면 전원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이 잠들기 시작하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걸어서 건물 맨 위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2년 동안 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밤의 도둑연습을 했다고 한다. 몰래 하는 연습이라 음악을 켤수 없으니 몸을 악기 삼아 발레로 리듬을 만들고 춤만 보고도 음악이 들리는 듯이 연습했다고 한다 . 그래서, 어느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던 열등생이 입학 4개월 만에 치른 시험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졸업 때까지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의 가장 큰 업적과 가장 듣고 싶은 찬사는 '강수진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내일에 희망을 품는 대신, 지금 이 순간에 목숨을 걸며 100%의 하루를 살아왔다고 말한다.
책의 곳곳에 그녀가 남긴 주옥같은 문장들이 있어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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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대에서 몰아치는 파도와 만나면 누구나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파도가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두 손에 꼭 쥔 열정을 놓치지 않는다면 열정으로 벅찬 가슴을 믿는다면 그 무대는 온전한 나의 것이 될 것이다.
꿈은 중요하다. 하지만 꿈의 저마다 크기는 다르다. 나에게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낸 뒤 집에 돌아오는 것, 그것이 나의 단조로운 일상이자 간절한 꿈이다. 꿈의 크기에 비해 눈앞에 닥친 현실이 비루하게 느껴질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닌 듯 초라해질 때, 그럴 땐 하루만이라도 있는 힘껏 살고 그 단순한 보람을 느껴보자. 무엇보다 그렇게 하루를 힘차게 살아낸 자신을 믿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