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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정의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그녀의 정의
-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적이 있으니까. 온 동네 불빛이 일시에 다 나가버린 이유는 헌병들의
불법 체포가 어느 집에서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어.
근데 그날은 우리 집이었어.
그녀의 정의는 무엇일까? 라는 호기심을 시작으로 읽은 책이다.
생각보다 무거운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는 책이였다.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났던 군부 독재 시절이 이 책의 배경이다.
추악한 전쟁(Guerra Sucia)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1976년부터 1983년 까지 벌어진 최악의 인권침해사건이자 정치적 탄압을 일컫는다.
쿠테타로 집권한 호르헤비델라 군부 정권은 좌익 소탕이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시민들을 불법체포,
납치, 고문, 사살 하였다. 심지어 영유아 탈취하여 강제 입양시키기도 했다.
강제 입양은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정권에 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부분 군인 가족들에게 강제 입양시킨 것이다.
부모로써 자식을 잃은 아픔도 죽을만큼 클텐데 그 자식이 자신의 원수들에게 입양되어 자라게 하다니 ...
정말 추악한 일이다.
한 인권 단체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이 기간 희생된 사람은 강제 실종 3만 명, 강제 입양 500명, 정치범 1만명, 정치적 망명자 3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두 남매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빠인 에두아르도와 여동생인 실비아는 서로에게 마음 속의 편지를 주고 받는다.
서로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의 전개는 정말 신선하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시켜준다.
에두아르도의 체포에서 시작하여 여동생 실비아의 오빠를 지키기 위한 노력 ....
긴장감 넘치는 내용으로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였다.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긴장감은 더해 진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실제 있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인지 픽션같다.
우리나라도 한 때 군부의 통치로 어둠의 시기를 보낸 역사가 있는데 멀리 있는 나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무력으로 정권을 잡고 정권의 유지를 위해서 공포와 두려움으로 입막음하려는 시대의 느낌 ...
너무 두려운 시대이다.
그러한 시대를 보낸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지금은 무력이 아닌 돈이나 미디어를 장악하여 정치의 권력을 이끄려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인간에게 권력의 욕망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지구의 어떤 나라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역사는 반복된다...
독재 정치에서 겪는 아픔 또한 굉장히 크지만 그 시절이 끝나도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정의에서 그 정의가 항상 어느곳에서나 존재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