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게 미소 그림책 11
판지아신 지음, 린롄언 그림 / 이루리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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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게시글입니다.


“엄마를 파는 가게가 있다고요?”

엄마를 파는 상점이라니... 이 참신한 소재가 제 마음을 강하게 두드린 그림책, <엄마가게> 를 소개합니동.

유년 시절, 엄마에 대한 제 마음은 양가적이었어요. 너무 사랑해 마지않으나 또 한편으론 불평과 불만이 투사되는 대상이었죠. 치기 어린 마음에 다른 엄마와 비교하고 또 나름의 동경하는 엄마 상도 그려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엄마를 사고파는 상점이라는 컨셉이 묘하게 불편하면서도 궁금했죠.




이 책의 줄거리는요

평소와 같이 하교 후 엄마를 찾는 아이. 그날따라 엄마는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수상쩍은 장난감을 쥐고 있는 동생과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공원, 시장, 학교 그 어디에도 없는 엄마... 그러다 남매는 엄마를 판매하는 ‘엄마 가게’를 발견하게 되죠. 이곳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쇼윈도에 반짝이는 새 상품처럼 진열된 엄마들과 중고 엄마들을 비교해 보는 것이 참 흥미로웠어요. 전자에 최신 스타일에 하나같이 예쁘고 요리, 책 읽어주기, 무용, 영어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 한 특기가 있는 엄마들이 있다면, 후자에는 핸드폰, 뜨개질, 운동, 독서 등등 자신의 취미에 몰두해 있는 엄마들이 있었죠. 고가의 상품 같던 ‘새’ 엄마와 달리 중고의 엄마는 저마다 다른 분위기와 냄새를 지닌 현실의 엄마를 묘사해 놓은 것 같았어요.

또 책의 표지 바로 뒷면과 간지에 걸쳐 린롄언이 그린 엄마의 일과가 인상적이었어요. 집안일을 하나씩 해낼 때마다 키가 점점 줄어들던 엄마가 맨 마지막 컷에서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어가다 아주 작은 크기로 웅크린 채 소파에서 잠이 들죠. 이와 대조적으로 중고 상점에 전시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 엄마는 매우 크게 그려져 있어요.

전 린롄언 작가가 엄마의 ‘크기’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개인의 자유 간의 ⚖️균형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엄마가 육아 그리고 집안 일과 쉼 사이의 균형을 적절히 잡아 나갈 때, 비로소 화목한 일상이 펼쳐질 수 있음을 책의 맨 뒷 내지에 그린 가족사진을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죠.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굵고 투박한 선으로 휙휙 그려낸 인물 표현, 건물, 도로, 옷감, 머릿결과 피부 결 등등 각 요소마다 제각기 다른 질감이 느껴지게 표현한 기법이 재미있었어요. 또 닭장처럼 들어선 빌라, 빼곡히 들어찬 상가가 그려진 장면에서는 삭막한 도심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죠. 린롄언 작가가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 받은 전작 <집> 책을 찾아보니 다양한 질감의 폐지를 콜라주 한 표현 기법, 도심의 정경 표현 등이 이 작가님 작업의 트레이드 마크 같더라고요.

저도 이후 여러 질감의 인쇄물을 모아 건물 모양을 만들고, 아이와 도시를 꾸며보는 작업을 독후 활동으로 해보려고 해요!

이 책은 엄마의 판매, 소유, 분할 등에 관한 질문, 가사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과 같은 꽤나 심오한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엄마의 가치, 의미를 알기 시작하고 또 관련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유치부 또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 드립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구들

🏷️“쇼윈도엔 엄마들이 잔뜩 있었다. 누구나 마음대로 엄마를 고를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똑같은 엄마는 없고 비슷한 엄마는 있단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니? 음, 온종일 방긋방긋 웃으며 잘 돌봐 주는 엄마요”

🏷️“우리는 리본에 달린 가격표를 보았다. 정말정말 많은 0이 있었다. 후~ 엄마 한 명 사는 게 이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어”

🏷️“다른 통로 옆에 ‘중고 엄마’라고 쓰인 안내문이 보였다. 이곳은 서로 다른 엄마 냄새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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