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침략과 대한제국의 종말 - 러일전쟁에서 한일병합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7
서영희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 역사비평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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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왜’ 대한제국이 식민지가 되었냐는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식민지가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쓰여 졌다. 즉, 어느 한 사람 때문에 혹은 어느 한 요인 때문이 아니라 대한제국과 일본이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경쟁을 벌이는 과정 속에서 식민지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설명한다. 따라서 이런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통감부 시기’이다. ‘통감부 시기’를 단순히 일제의 ‘한국병합’ 이전 단계가 아니라 병합을 위한 치밀한 정치적 대립과 경쟁의 시간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러일전쟁부터 시작하여 ‘병합조약’까지의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되고 설명된다는 점이다. 일본과 대한제국 상호간의 정치적 행보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쟁체제처럼 구성하였기 때문에 복잡하기만 한 이 시기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더구나 글 사이사이에 있는 ‘스페셜 테마’라는 꼭지는 논쟁적인 주제나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한 내용을 잘 정리해 놔서 무척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 말미에 주요사건일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줘서 전체적인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개론서를 비롯한 참고문헌도 이후의 독서를 위해서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다.

 

많은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문에서 저자도 밝힌 것처럼 너무 정치사에만 집중했다는 점이다. 주로 조약과 협정을 중심으로 제도적 변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조금 지루한 감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더 큰 아쉬움은 대한제국이 식민화되는 과정을 ‘어떻게’라는 맥락에서 접근하려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의 정치공작만이 너무 도드라지는 점이다. 이런 서술이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지배와 저항의 단순명료한 인식틀과 어떤 점에서 구분되는지 잘 모르겠다. 대중서로 정리된 이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여하튼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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