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이라는 스캔들
나이토 치즈코 지음, 고영란 외 옮김 / 역사비평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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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과 그 사건에 대해서 미디어나 문학이 이야기 하는 행위가 어떤 목적이 있었고 어떠한 전략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특히 당시의 시대상황(제국주의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급격한 근대화를 추구했던 일본이 근대화 과정 속에서 주체와 타자를 어떤 방식으로 설정하고 어떻게 타자를 매몰했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책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은 서술은 국가나 집단의 지배계층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쓰는 흔한 전략이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자신의 대척점을 만들고 그것을 열등한 가치로 포장시키는 방법으로 나타난다. 그 대척점은 식민지가 될 수도 있고 여성이 될 수도 있고 빈민이 될 수도 있고 육체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분석에 따르자면 메이지 시대의 일본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전략은 대상을 여성화하고 육체화 하고 병드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전에 여러 가지 경로로 읽어온 타자화의 전략들과 별 차이가 없는 이야기지만 저자는 여기에 이야기라는 구조가 미디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핌으로써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이야기는 주로 전형성을 만들어 내려는 욕망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 여기서 전형성이란 이해하기 쉬운 것 즉 기존의 담론이 만들어놓은 결과이다. 이미 만들어진 구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기 때문에 전형성에 대한 이야기는 사건을 교정되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저지한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한 타자의 매몰에 대한 실증이다. 많은 문서자료를 통해(미디어, 문학 기타 등등)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역사서의 경우 저자의 요지에 동의할 수 있을 경우 많은 사례의 입증을 계속적으로 읽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 될 태지만 이 책의 사례들은 저자의 요지의 특성상(타자에 빗대어지는 피, 병, 육체, 여성, 암살 등) 자극적인 사례들이 많아서 비교적 읽기에 수월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은 책의 마지막에 결국 그 이야기가 천황(당시 메이지 일본의 절대적인 주체성을 상징하는 존재)을 덮쳐 그가 역시 병드는 신체를 가진 존재라는 사실이 폭로되는 사건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주체를 위해서 봉사하던 이야기가 어떻게 해서 그 주체를 덮치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일본 메이지 시대의 근대화 과정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사건이 미디어의 이야기로 표현되었는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거나 혹은 지금의 미디어의 이야기 방식이 무엇을 의도한 것인지 궁금할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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