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나온 여자인데요 - - ROTC에서 육군 대위로 전역하기까지 MZ 여군의 군대 이야기
신나라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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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나온 여자인데요

신나라 

푸른향기





나에게 군대 문화는 낯설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본 게 전부인데, 경직되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다 여군은 주변에서 본 적도 없으니 <군대 나온 여자인데요>를 통해 미지의 세상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 책은 <태양의 후예> 같은 드라마도 아니고, <진짜 사나이>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 리얼 여군의 세계를 담고 있다. 군대라는 조금 특별한 문화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하는 일들은 일반인에게는 몰랐던 세상을 알게 해주고, 여군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군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사람이 자신의 길을 결정하기까지 꽤 여러 가지 경험과 과정들을 거치게 된다. 파티시에와 아나운서를 꿈꿨던 저자가 여군이 된 건 어쩌면 운명 같은 일이었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군인인 아버지를 마음 깊이 존경했고, 드라마 속 여군의 모습에 끌리기도 했다. 그렇게 자석에 이끌리듯 ROTC가 되었다. 나름의 기대와 환상으로 군대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문화,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불합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저자는 단단해졌고, 대처법을 익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간인 친구들은 여군도 화생방 훈련을 하는지, 사격 훈련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부대원들은 정훈장교가 오니까 사무실 분위기가 화사해졌다고 이야기한다. 또 여성의 장점을 내세워 엄마 또는 누나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요구받기도 한다.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이다. 저자처럼 여성 군인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차별과 성희롱은 우리 사회에도 만연하다. 직업은 다르지만 같은 여성으로서 겪는 문제들이 공감되었고, '살아서 제대하기도 불가능할 거나 느껴졌던 6년 4개월'이라는 문장에서 마음이 아려왔다. 그녀는 여군 출신이 아니다. 양성과정으로는 ROTC 출신이고, 병과로 말하면 정훈 장교 출신이다.


누구에게나 선배가 필요하다. 인생에도 선배가 필요하고, 직장에도 선배가 필요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군대 문화에서 여군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선배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선배로서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악착같이 이겨내는 것보다 지혜롭게 헤쳐가가는 법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는 것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음을,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땐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선택을 하건 그건 자신의 선택이다. 자신의 선택을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나답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대한민국 여군을 응원한다.



책갈피​


감봉, 보직해임, 진급 누락 등 내가 받아야 할 벌을 다 받았다. 동기들보다 늦게 진급하고 늦게 전역했다. 제대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살아서 말이라도 제대할 수 있겠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하루하루 내일이 기다려진다. 그러니 얘기하고 싶다. 내 뜻대로 안 되는 많은 일을 흘려보내자고, 지나 보내자고, 그리고 살아있자고, 살아서 제대한 후에는 또 그 나름 가고 싶은 길이 보인다. (51p)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길에 비유한다.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하고, 직업은 진로라고 한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행군처럼 묵묵하게 홀로 걸어가야 해서일까? 내 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길이 있고, 지름길을 찾으려다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는 굽은 길로 갈 수도 있다. 또 길을 잃어서 헤매다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한다. 인생길에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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