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난 이 작품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었다. 르 카레는 애초에 이 작품을 쓸 구상이 없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스마일리 시리즈를 위한 감동적인 마무리이며, 과거(냉전)의 사람들에게 보내는 쓸쓸한 송사인 동시에 반성문이고, 나아가 EU를 떠나는 동시대 영국에게 보내는 늙은 현자의 편지이기도 하다.막바지에 도달한 노년의 피터 길럼은 스스로에게 인간성에 대해 묻는다. 이제는 사어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그 말 때문에 다시 심장이 쿵쿵거린다.낭만적이라고 비웃어도 괜찮다. 팬심은 원래 시대착오적이고 어리석은 감정이고, 난 이 팬심을 부정할 마음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