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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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범죄자의 서사를 살피는 게 문학적이라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 범죄자의 서사는 넘쳐나고 그로 인한 사회적 순기능은 예상보다 적은 것 같다. 이제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자는 쪽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

문학은 범죄자를 다룰 때 무엇을 했는가. 물론 범죄자의 심리와 사정을 살피는 것은 여전히 유의미한 쟁점들을 사회에 제시한다. (범죄자를 살피는 것은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만 유의미할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 집중하면 범죄가 아니라 병리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다만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여 일종의 면죄부를 그게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를 주는 것이 문학이 해온 일이라면 이것의 해독 역시 문학이 해야할 일일 것이다. 이 소설은 범죄자를 다룬 문학이 갈 수 있는 독소-해독제의 길 모두를 가고 있다. 전반부는 로더릭 맥레이 본인의 이야기로 이것은 전통적인 범죄자 문학의 플롯을 따라간다. 결과로서의 범죄 이전에 무엇이 존재했는지를 차근차근 살피는 것이다. 반면 후반부는 기록의 성격을 띤 다양한 서술문들로 이뤄져 있다. 이곳에서 독자는 피고인 본인의 진술과 상충되는 지점, 피고인 본인이 생략한 지점 그리고 같은 현상을 두고 피고인과 그 외의 인물이 다르게 해석하는 지점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전반부를 문학의 독소라 부른다면 후반부는 안티도테인 것이다. 그리고 독소와 해독제를 순차적으로 제공하면서 이 소설은 비로소 문학으로 작동한다.

영리한 발상이고 성실한 구현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다 읽고난 후에 든 생각은 좀더 집요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었다. 더 많은 사료와 더 많은 진술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불필요할 정도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집어넣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야 구상이 정확하게 실현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 점을 포기하고 잘 읽히는 쪽을 택한 것 같다. 그래서 400페이지에 가까운 꽤 두툼한 분량임에도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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