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참고 또 참는 캔디형 주인공을 두고 말한다.
"쟤는 왜 저러고 당하고 살아? 다 일러바치고 확 나와버리면 되잖아?"
그러나 그리 말하는 이들도 실은 알 거다. 부당함을 폭로한 이들이 겪게 될 더욱 큰 부당함을. 그런 일을 어찌 모면한다손 쳐도, 이상과 철저히 거리를 둔 현실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 주는 무게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최소한의 금전적인 지원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금은 감수해야 할 여러 유형의 폭력이 있다는 체념적인 단정. - P42
남의 목을 조르려는 자는 자기 관자놀이가 먼저 터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거겠지. - P63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자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 P140
자신의 아픔은 자신에게 있어서만 절댓값이다. - P163
사람의 감정은 어째서, 뜨거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 사라질 수 없는 걸까.
그러다 문득 소금이란 다만 녹을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어떤 강제와 분리가 없다면 언제고 언제까지고 그 안에서.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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