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사내아이 엄마들은 나처럼 고개 숙인 죄인으로 살지 않았다. 나만 그렇게 살았다. 내 스스로가 내 아들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에 너무 매몰돼 필요 이상으로 남을 의식하며 고개를 숙인 채 살았다.
장애인은 삶의 한순간에 짧게 스쳐 간 불쌍한 ‘타인’이 아니다. 언제고 내가 당할 수 있고 내 가족이 당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겪고 있는 ‘이웃’일 뿐이다.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아들은 병에 걸린 게 아니다. 신체가 아픈 것도, 정신이 아픈 것도 아니다. 그저 생각 회로가 남들과 같은 속도로 돌아가지 않을 뿐이다. 아픈 사람이 아니라 느리게 커 나가는, 마음이 어린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