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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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얼마나 잔인한가.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건 그런 뜻인지도 모른다.

사형수는 여섯 번 죽는다고 한다.
잡혔을 때,
일심 이심 삼심에서 사형 언도를 받을 때,
그리고 진짜 죽을 때,
나머지는 매일 아침마다.

위선을 행한다는 것은
적어도 선한 게 뭔지 감은 잡고 있는 거야.
깊은 내면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보여지는 것만큼 훌륭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
의식하든 안 하든 말이야.

고모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위악을 떠는 사람들이야.
그들은 남에게 악한 짓을 하면서
실은 자기네들이 어느 정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위악을 떠는 그 순간에도 남들이 실은
자기들의 속마음이 착하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라.
그 사람들은 실은 위선자들보다 더 교만하고 더 가엾어.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 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잘 살고 싶다고 말해야 돼.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뒤에는,
아이 때부터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휘두른 어른들이 있어요.
폭력이 폭력을 부르고 그 폭력이 다시 폭력을 부르죠.

어린 시절에 학대받은 사람들의 뇌 사진을 찍어보면
거의 다 뇌가 5내지 10퍼센트 정도는 망가져 있는 거야.
말하자면 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망가진 엔진을 달고 다니는 자동차와 같아.

돌이 빵이 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 건 마술이고
사람이 변하는 게 기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기도해주거라.
사형수들 위해서도 말고 죄인들을 위해서도 말고
자기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는 안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위해서 언제나 기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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