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 그녀가 어느 공간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의미가 되었다.
몸이 그 공간을 긍정하는가.
그 공간에선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소외시키지 않는가.
그 공간에선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가.

책을 펴면, 언제든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니까.

소설은 그녀를 그녀만의 정서에서 벗어나
타인의 정서에 다가가게 해줘서 좋다.
소설 속 인물이 비통해하면 따라 비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따라 고통스러워하고,
비장하면 영주도 따라 비장해진다.
타인의 정서를 흠뻑 받아들이고 나서 책을 덮으면
이 세상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사랑하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누군가가 사랑만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자기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일하거나,
일하느라 쓴 기력을 회복하거나,
일하기 위해 지출하거나,
일할곳을 찾고 준비하고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활동에 소모하는 우리는
그중 얼마만큼을 진정 자신을 위해 쓰고 있는지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요즘엔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비주의가 되나 보더라고요.
자기를 너무 드러내는 세상이죠, 요즘 세상은."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며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일이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않는다.

민준은 더 이상 먼 미래를 상상하지 않는다.
민준에게 현재에서 미래까지의 거리란
드리퍼에 몇 번 물을 붓는 정도의 시간일 뿐이다.
민준이 통제할 수 있는 미래는 이 정도뿐이다.
물을 붓고 커피를 내리면서
이 커피가 어떤 맛이 될지 헤아리는 정도.
이어서 또 비슷한 길이의 미래가 펼쳐지길 반복한다.
고작 이만한 미래를 고대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생각될 때도 때론 있다.
그럴 땐 허리를 펴고 서서 미래의 길이를 조금 더 늘려본다.
한 시간의 미래, 두 시간의 미래, 그것도 아니라면 하루라는 미래.

‘나는 남을 위해 일을 하는 순간에도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나를 위해 일을 하니 대충대충 일을 하면 안 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을 하는 순간에도, 일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일을 하는 삶이 만족스럽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면,
하루하루 무의미하고 고통스럽기만 하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있으니까.’

책을 읽는 방법 중 가장 호화로운 방법.
책 속 배경으로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책 읽기.
미국 뉴욕에서, 체코 프라하에서, 독일 베를린에서
그 도시들을 배경으로 한 책을 읽으며 몇 시간이고 보내는 일.
독자에게 이보다 더 낭만적인 책 읽기 방법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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