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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초록으로, 다시 - 나태주 한서형 향기시집 ㅣ 향기시집 1
나태주 지음, 한서형 향 / 더블북 / 2022년 7월
평점 :
나태주 시인하면 이웃에 살 것 같은 푸근한 인상에
언제고 반갑게 맞아줄 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TV나 강연에서 만나 본 시인은 교직 생활을 오래 하셨다면서도
딱딱한 훈계보다 늘 좋은 것을 찾아 바라보고 시대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꽤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오래도록 관찰하고 좋은 면을 찾아내시는 긍정의 눈, 입으로 되뇌게 하는 시,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친근하면서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슴에 담아 두고 싶어 하는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생각했다.
너의 초록으로, 다시(나태주 시 /한서형 향|더블북)

최근에는 이색적인 시집이 나왔다. 서점에 워낙에 이 분의 시집이 많이 출간되다 보니
그러려니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
초록이라는 계절의 옷을 입은 이 시기에 딱 알맞으면서도 '향기 + 시'라는
이색적인 콜라보 시집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것도 국내 1호 향기작가와 콜라보라니.
만져지지 않는 향기를 어떻게 시와 결합할 수 있을까 궁금증과 기대를 떨칠 수 없었다.
표지에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아들고 있는 나무 한그루에서 초록이,
싱그러운 풀내음이 느껴진다.
시를 읽기도 전에 힐링이다. 표지를 넘기자 또 다른 초록을 입은 숲이 펼쳐진다.
이곳으로 와서 쉬어라는 듯 싱그러움이 전해지는 기분이다.
이게 정말 기분일까 하며 나는 코를 킁킁댔다. 어디서 미세한 활자 인쇄의 냄새 것과
다른 것이 느껴졌다. 이게 정말 맞는 것일까 하며 연신 숨을 들여 마신다.
향기와 시를 함께 한다는 것, 시인이 원했던 것이 이런 거였나 보다.
시를 즐기기엔 향기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최대한 집중하며 음미한다. 나는 시라는 숲을 거닐고 있다.
사르르르 시를 통해 싱그러움이 전해진다. 내가 말랑말랑 해진다.

허공이 예쁘다
너 때문에 예쁘다
나도 또한 말랑말랑.
-<말랑말랑> 중에서 -
아껴두고 읽고 싶다고 먼저 만나게 하는 책. 한 번에 읽고 덮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아 다시 펼친다. 내가 보는 세상에서 긍정의 눈길을 다시금 배우게 한다.
귀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네가 예뻐서
지구가 예쁘다
네가 예뻐서
세상이 다 예쁘다
<중략>
네가 예뻐서
나까지도 예쁘다.
- <늦여름 >중에서-
시 덕분에 내가 말랑말랑해진다. 시를 읽다보니 귀하지 않은 것, 예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이 뜨거운 여름에 나는 시를 읽으며 향기를 마신다.
내가 시가 될 수 없지만 시가 나에게 오래도록 머문다.
기분이 좋아진다. 무더위가 잠시 쉬어가듯 시가 오래도록 남는다.
생각지 못한 두 작가의 노력 덕에 향기를 입은 시집은 이색적이면서도 특별하게 기억된다.
뜨거움을 잊을 수 있게 싱그러움으로 시가 불어 들어오는 기분이다.
시를 해치지 않은 향기라서, 시를 이렇게 즐겨도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곳이 피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것이 피서다.
나는 오늘 이 책으로 피서를 즐긴다. 행복한 시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