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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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가 시그림책이다.

 

시로 읽어도 좋지만 모든 연령이 나누기엔 시그림책만한 것이 없다.

 

짧은 시구에 담긴 마음을 읽어나가는 것, 그리고 거기에 따른 그림 읽기

 

시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바우솔의 시그림책들이 그러하다.

 

 

 

공광규 시인의 시가 시그림책으로 나온 책들이 몇 권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다.

 

예전에 나온 표지와 개정판으로 나온 표지가 다르다.

 

나는 지금의 표지가 더 맘에 든다. 담장이 허물어진 곳, 어디든 내다 볼 수 있는 곳,

 

담을 허물고 난 다음에야 자유롭게 어디든 볼 수 있다는 듯한 이 표지가 맘에 든다.

 

 

공광규 시인의 시는 우리에게 익숙하다.

 

시가 어떤 그림과 만나 시상이 더욱 잘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김슬기 작가의 정성스런 판화작품은 시를 더 맛깔나게 즐기게 한다.

 

시상을 떠올리고 정성스레 새기며 찍꼬 또 찍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으려는 노력이

 

누구나 시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시그림책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이 책 외에도 몇 권의 시그림책에 판화로 작업하셨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우선 텃밭 수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 소리가 들어오고

 

나뭇잎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어왔다.

 

 

 

 

고향에 내려와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내고 담장을 허물었다는 화자.

 

마치 내가 그런 것 인냥 그 집 마루에 걸터앉는다.

 

시그림책에서 그림은 시 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나를 시 속으로 몰입하게 이끌어 준다.

 

 

 

담장을 허물어 가진 것을 비움으로서 오히려 많은 것을 채운듯한 느낌.

 

자연을 껴안는 방법과 더 너른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은유적으로 이야기 하는 느낌이다.

 

시가 그림의 옷을 입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이와 시를 즐기는 것에 있어 전혀 어렵지 않다.

 

 

담장이 사라진 자리에 담을 수 있는 자연이 커다란 정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며 상상해 본다.

 

담장처럼 경계를 허물고 누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철마다 변화되는 자연의 색을 밝고도 생기있게 담은 판화그림은 매력적이다.

 

판화에 담긴 수고로움 만큼이나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쳐 온 계절의 향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보게 하는 것 같다.

 

화자의 약간의 억지스런 떼씀에 웃음이 나다가도 고개들어 하늘을 본다.

 

상상이 되는 주위의 자연부터 노을지는 풍경까지, 그리고 밤하늘 너머 저 우주까지.

 

판화 특유의 질감은 잊고 있었던 기억저편의 평화로운 자연의 향기를 입고 찾아오는 것 같다.

 

자연은 아름다움 만큼이나 언제나 너그럽고 편안하다.

 

시를 담는 순간 그곳의 풍경이 지친 내 일상에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쉼이 되어 온다.

 

 

 

 

빡빡한 일상에 쉴틈이 없는 당신에게 이책을 선물하고 싶어진다.

 

잠시 내가 쳐놓은 담장을 허물고 자연을 보고 담으라고.

 

시그림책이 주는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고 말이다.

 

시가 왔다. 오래도록 머물렀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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