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꿈 :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인생그림책 16
고정순 글.그림, 권정생 편지 / 길벗어린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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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은 기쁨과 아픔이 같이 공존하는 향기 짙은 계절이 아닐까 싶다.

요즘은 어떤 사고가 나면 뉴스고 인터넷이고 SNS고 번개만큼 빠른 속도로 소식이 전해진다.

사실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그만큼 빠르다.

내가 오월의 아픔을 마주한 것은 이제 막 스무살에 들어섰을 때 였다.

학교였는지, 성당이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나는 충격이었다.

경상도 어느 작은 마을까지 이 오월의 아픔이 전해지기는 참 더디었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마주한 진실에서 나는 알고자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알고 나서는 충격이었고 아픔이었고 미안함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 아픔을 마주하며

진실로 제대로 알고자 하며 기억하려 한다아픔도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오월의 뜨거움에 그들이 가장 먼저 아픔을 마주할테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그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는다.


 봄 꿈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   봄꿈 (권정생 편지 / 고정순 글 그림 |길벗어린이)

 

 

이 책은 518 광주에서 살아남은 조천호 군에게 보내는 권정생 선생님의 편지글과

고정순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낮은 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권정생 작가와 삶의 경험을 담담히 그려내는 고정순작가,

이 책의 저자이자 너무 유명한 두 작가이기에 믿고 보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봄꿈.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당, 숨바꼭질을 하듯 아이는 뒤돌아있다.

물기를 머금은 그림은 지금과 다른, 어릴 적 그때를 소환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노란 봄의 분위기. 희망이려나.


 

  아이와 아빠.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정의 모습을 배경 삼아 아이는 쫑알쫑알 묻는다.

' 나도 빨리 아빠처럼 큰 사람이 되면 좋겠어', ' 아빠도 어릴 때 나처럼 그랬어?'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에서 나오는 천진한 물음에 행복이 전해진다.


 

 시간이라는 계절의 색을 배경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 아빠의 모습

자전거를 타고 물놀이도 하고 어부바, 숨바꼭질, 실뜨기 등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담아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빠아~!

 

 고정순 작가는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하지 않지만 우린 알 수 있다.

언제나 아빠와 함께 할 일상에 대한 꿈, 쫑알거림이, 사실을 알고나면 슬프고 아린다.

못내 전하지 못한 바람이자 꿈 마냥, 일상은 마치 비현실적으로 한 순간 무너진다.

짊어지기엔 너무 버거운 상태로, 아픔으로 그래서 슬프다.

작가 특유의 감성이 그들의 아픔을 애써 참으며 담아내는듯 여운을 남긴다.


​ 아이들과 518 광주를 이야기할 때 어느 선 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난감할 때가 있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로 같이 본 적이 있어 예전만큼이나 힘들진 않다.

하지만 초등저학년에게는 설명이 그렇게 쉽진 않다.

이런 상황을 겪은 또래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아픔을, 노력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담백하게 그려 놓은 이 책이 더 많은 사실에 궁금해 하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



 책의 뒷페이지에 자리한 권정생작가가 보내는 '광주의 조천호 군에게'를 읽다가 울컥한다.

몰랐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일상의 행복을 누렸을 내가 못내 미안하다.

80년 그때 조천호 군은 나와 동갑내기지만, 광주의 그들은 아픔을 겪으며 살아냈을 것이다.

나는 몰랐다는 말로, 때로는 미안함으로 그들의 아픔이 꼭 그들만의 것일까하는 하는 생각을 한다.


 518 광주를 이야기하는 여러 책들과 닮았으면서 다른 이야기.

못다 전한 그들의 봄꿈 같은 이야기가 어린 시절 전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게 한다.


 반복되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될 이야기 봄꿈

한낱 끝나버린 아픈 봄꿈이 아니라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봄꿈이 주어지길 바란다.


 오월은 뜨거웠고 아팠으며 기억되어야 한다.

한낱 봄꿈으로 끝나지 않았음에 그들에게 감사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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