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클라센 그림책 매력이 쿵!

하늘에서 돌이 쿵!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8
존 클라센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9월

존 클라센 하면 젊은 감각으로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담아내는 그림책 작가 중의 한명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들에게 익숙하고도 인기있는 모자시리즈부터 도형친구들 시리즈에 기타 다른 책도 여전히 인기 있고 많이들 좋아하거든요. 물론 저 역시도 좋아하고요.

커다란 눈의 움직임만으로 표정을 구사하는 캐릭터에 독자를 관찰자 시점에 놓고 하염없이 긴장하게 만들고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는 허세 가득한 유머는 또 어떻구요. 그래서인지 작가의 책에 한 번 빠져들면 그의 책을 또 찾게 되는 마력을 발휘하지요.

최근에 나온 『하늘에서 돌이 쿵!』역시 존 클라센만의 매력이 듬뿍 담긴 책이 아닐까 싶어요.

제목을 읽으며 당연히 ‘피해야지’라고 말하는 아이에 이어 ’설마? 뻔 하잖아‘라고 말하기엔 존 클라센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에 숨죽여 다음 장을 넘겨요.

커다랗고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 단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눈은 존 클라센의 책에서 자주 만날 수 있죠. 모자시리즈에서 만난 거북이에 더 반가워요. 거북이는 자기가 있는 곳이 맘에 들어 다른 곳에 절대 서 있고 싶지 않다 말에 책 제목 때문에 걱정이 되어요.

아니나 다를까. 다음 장에선 하늘에서 정말 커다란 돌이 떨어지고 있어요. 어디에서부터인지 모를, 거리를 가늠할 수 없지만 한 페이지를 장식한 돌 크기 때문에 가지는 위압감과 긴장감은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걸 말해 줄 수 없는 책 밖의 관객인 저는 답답함이 밀려와요.

거북이 곁으로 찾아 온 아르마딜로는 촉이 좋은 것인지 거북이가 있는 곳이 안 좋다고 하는데

거북이는 도통 움직일 생각이 없어요. 답답한 내가 들어 옮길 수도 없고...

이건 책이잖아요. 기다려야죠.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으며 이 고집 센 거북이와 어떻게든 소통하려는 아르마딜로를 지켜볼 수밖에요.

이 책은 기존의 그림책과는 달리 5개의 챕터로 구성된 꽤 긴 그림책이에요. 너무 길어서 처음엔 모자 시리즈처럼 끊어 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길다는 것도 모르게 쏙 빠져들어요. 반가운 등장인물-거북이, 아르마딜로, 뱀-은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 함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만들어내요. 모자시리즈처럼 소통의 부재, 진실한 교감 부족을 내세우며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는 거죠. 거북이처럼 관계에서 자기주장만 끝까지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것 처럼요.

책 중간 중간 재미난 부분이 많아 아이와 내가 낄낄대고 웃었던 장면 중의 하나.커다란 돌 위에 올랐던 거북이 미끌어져 떨어지며 뒤집히죠. 그. 런. 데. 거북은 괜찮다고 해요.

허세 가득한 모습이 관계에서 어떻게든 기죽기 싫어하는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하고 힘들텐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짠하기도 하고 마냥 비웃기엔 뭔가 찔리는 것 같았어요. 더 재밌게 웃었던 다른 장면은 예상 못한 새로운 등장인물이라 책으로 보면 더 좋을 것 같아 아껴둘래요. (ㅋㅋ 딱 아이들 취향이거든요.) 아이가 “역시!”를 외치다니. 이래서 믿고 보는 작가라고 하나봐요.

하늘에서 떨어진 돌과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만들어 낼 이야기, 우리 시대 소통과 교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하늘에서 돌이 쿵!> 독특한 시선과 상상력이 타인에 대한 나의 시선, 나는 어떻게 소통하고 교감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매력 터지는 책이에요.

소통에 부재와 진실한 관계를 원한다면 특별한 상상력의 재미로 다가오는 <하늘에서 돌이 쿵!>을 추천하고 싶네요. 헤쳐 나올 수 없는 존 클라센의 마법에 빠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