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유리 지음 / 이야기꽃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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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자태의 바이올린의 모습을 보니 전혀 우아하지 않은 우리 막내의 좌충우돌 바이올린

제멋대로 연주가 생각나네요. 형의 연습용 바이올린을 몰래몰래 꺼내들고 연주하다가

혼나기도 하고 핑거 비브리토 연주라며 한동안 제멋대로 즐기다 바이올린의 수명을 재촉하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바이올린을 보내고 마주 한 이 책은 약간의 미안함과 미련같은 게 작용했는지도 모르고요.

 

앙코르(유리 | 이야기꽃)


광택이 도는 잘 관리한 듯 보이는 바이올린,

우아한 곡선만큼이나 아름다운 선율이 그림에서 감돌아 저를 휘감습니다.

'앙코르'라는 제목이 그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장소를 봐서 곡을 연주한 것은 아니지만 이 바이올린을 위한 말이겠지요.

듣고 싶었습니다. 그제야 확인하니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유리작가입니다.

사실적인 묘사, 디테일함이 주는 생생함이 또 얼마나 나의 마음을 울리게 할 것인지

쉽게 울컥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책장을 넘깁니다.



길모퉁이 누군가 내다버린 물건들 사이에 놓여있던 붉은색 악기 가방.

제발 날 알아봐달라는 듯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마침 이 악기 가방을 발견한 사람은 악기를 다듬는 사람입니다.

버려진 악기에 다시 생명을 붙이는 일은

바이올린의 섬세함을 채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유명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수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말을 알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악기도 그리 저렴한 편이 아니라 망설였던 적이 있던 저로서는

책을 보며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손보는 모습에서 최고의 선율을 위해 노력하는 장인의 노력에

어디 돈으로 매길 수 있을까하고 말이죠.



섬세한 바이올린의 선율은 음악 연주 용어(dolce, graziso, spiritoso, con brio, con amore, da capo)는 장인의 손길과 결합하여 몸의 선율로 소리 없이 온몸으로 전율됩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소리가 음의 바탕이 되었음을,

이런 것이 음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은 소리 없는 음을 되살려 온몸을 전율하게 하는 것 외에

책 속 주인공처럼 잊고 있던 나의 꿈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살기 바쁘다고 내 꿈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지만,

이따금 "엄마, 꿈이 뭐였어?"하고 묻긴 했어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도전해 봐 라고 대놓고 건네는 응원에

괜히 울컥해집니다.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인 만큼 소리가 날 것이다.

                            ​<graziso 우아하게> 중에서

 

책속 문장처럼 꿈을 꺼내 천천히, 차근차근 정성을 들여 보겠습니다.

언젠가 그 꿈에 가까이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를 위한 "앙코르!"를 외쳐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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