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
라울 니에토 구리디 지음, 문주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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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는 라울 니에토 구리다의 그림책이에요. 두 갈래 길, 새가 되고 싶은 날에서 느꼈듯이 간략한 그림과 필선으로 그림의 감정을 실어 전달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죠. 표지에서 느꼈던 감정. 이 작가의 드로잉에 담는 감정의 특징이 잘 담겨있는 그림책일 거라는 생각에 기대하게 됩니다.


 

책을 마주하고 보니 제목의 무게만큼이나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표지의 복잡함이 머리 속을 뒤엉키듯 어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요. 선을 따라 안녕이라는 말이 작게 적힌 걸로 보면 누군가가 뱉는 인사말인지, 아이를 제외하곤 도대체 인물은 없고 이렇게 인사와 숫자만 있을까를 생각하다 '아휴~, 어려워. 얘도 이런 감정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책장을 넘겨 마주한 면지엔 숫자가 가득한 장부, 이런 복잡함.

'~ 어렵다, 어려워'를 속으로 되뇌며 넘겼지요.

 

"

집을 나서면 모든 것이 어렵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귀가 아프다.

한 걸음 한 걸음 힘들다.


아이의 독백이 채워지는 부분은 온통 검은 색입니다. 그림 없이도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 독백이 그려낸 실제 상황이 보여집니다.

이렇게 독백과 상황(그림)이 교차 반복되어 어렵다는 아이의 마음이 더욱 잘 전달됩니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조차 어려운 아이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숫자를 셉니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몇초가 걸리는지, 수를 세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합니다.

 

어렵다는 것, 사실 당사자에겐 너무 큰 문제입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사부터

대답까지,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사소한 것 조차 어려워 되도록이면

남들 사이에서 눈에 띄지 않고 싶을지 모릅니다.

그 상황이 뒤엉켜 나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누군가는 조급해하지 말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하지만 그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겐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답답하기도 하고 나아질 수 있을까 의문이들기도 하겠죠.

 

 

평소에 조잘조잘 수다쟁이인 아들이 이 책을 보며

"엄마, 나도 그냥 친구랑 말하는 건 쉬운데 갑자기 어른들이 물으면 어려워요.

목소리가 안나와요. 이렇게 얼굴이 내 가까이 있는 것 같아요.

이 그림처럼요."이라고 말합니다.

"자꾸하면 괜찮다고 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순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부담이고 어려움겠구나라는 생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어쩌면 어려움을 벗어날 가장 큰 힘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힘이 그런것 같아요.

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나 응원보다

진심으로  알아주며 그저 조용히 아이의 곁을 따라가며 공감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힘이된다고 말이죠.

모두가 다르듯 어려워하는 것도 다 다르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도 다 다르겠지만

저마다의 속도와 개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겠지요.

 

언젠가 아이가 어려워하는 마음을 딛고 성장할 그 날을 바라며

모든 관계가 어려운 사람, 쉽게 인사조차 건네기 힘든 사람, 쉽게 말하기 힘든 사람,

저마다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라울 니에토 구리다의 어려워 를 추천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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