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너만의 속도로 세상을 즐겨 봐

달팽이 ㅣ 웅진 우리그림책 75
김민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달팽이 (김민우 |웅진주니어)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가는 아이의 표정에 한껏 여유가 담겨있습니다.

여린 선들이지만 표지의 굴곡의 효과는 풀들이 만들어낸 시원한 바람의 물결을 느끼게 합니다.

자세히 보니 달. 팽. 이라는 제목에서 조차 달팽이의 더듬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달팽이. 흔히 우리는 꿈틀거리거나 느린 사람, 아니면 여유를 즐기는 사람에 비유하기도 하죠.

자전거를 탄 아이와 달팽이랑 무엇이 닮았을지 궁금해지네요.

너는 여기서 놀아, 우리 엄청 빨리 달릴 거야.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사이 빨간 헬멧의 아이의 자전거는 페달이 없어요.

속도를 즐기는 형의 말에 동생이 어떻게 했을지 보지 않아도 그려지고요.

아무리 세게 달려도 형들을 쫒아가지 못하는 아이,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너무 멀어 보여요.

형이 빨리 달리지 못한다하고, 나도 그런 걸 알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이,

달리다가 넘어지고 화가 나서 신발도 던져 보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쉬이 멈추지 않아요.

아이들이 뭘 처음 배울 때 서툴고 짜증나 포기할 것 같은 순간에도

끝까지 하던 모습과 이 책이 겹쳐 보이기까지 해요.

책은 전체와 부분, 확대와 축소, 검정과 빨강을 한정되게 사용하여 아이에게 집중하게 해요.

상대적으로 넓은 배경에 아이는 작고, 그 속의 자연과 바람,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색의 단조로움은 빨간 헬멧을 쓴 아이를 강조하면서 집중하며 아이를 쫓게 되고,

아이의 감정이 고조되고 아이가 무언가를 깨달을 때는 장면이 더욱 당겨지죠.

마치 아이가 되어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말이죠.

서툴고 미숙한 아이의 페달없는 자전거는 속도감이랑 거리가 멀지만

아이가 깨달았던 순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에게 속도라는 것 '빠르다'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를 즐기는 것,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가는 것.

부딪히고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놀라운 무언가를 보게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아이가 보았던 것처럼 말이죠.^^

아이의 자전거 타기가 가르쳐 준 삶의 속도 이야기 <달팽이>

'빠르지 않아도 부딪히며 너만의 속도를 즐긴다면 더 멀리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거야' 라며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책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 아닐까싶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