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소녀 - 2017년 우수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2018년 우수환경도서 선정작 출판놀이 삐딱하게 1
정성희 지음, 염예슬 그림 / 출판놀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늑대와 소녀 (정성희 글 / 임예슬 그림 | 출판놀이)

 

<늑대와 소녀>는 몽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문명과 자연, 인간과 동물, 생명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늑대와 소녀> 속 주인공 타미르는 도시로 나와 공부하는 우수한 학생이다. 자매결연한 유럽의 학교로 진학할 좋은 기회를 두고 부모님은 가족과 함께 지내기를 바란다. 타미르는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고 여동생에게서 암스갈이라는 빛깔 하얀 늑대를 소개받는다. 마을에서는 늑대사냥을 앞두고 회의를 하고......,

 

물살을 거르지 마라. 물살을 따라 비스듬히 걸어라.

 

문명의 기술을 맘껏 느끼고 사는 나로서는 처음의 입장은 타미르와 같았다. 왜 좋은 기회를 두고 문명과 동떨어진 집으로 가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돼 불만이 쌓이긴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가는 길 작은 개울에 빠졌을 때 아버지가 했던 말처럼 '물살을 거르지 마라, 물살을 따라 비스듬히 걸어라.'라는 말은 타미르뿐만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광활하고 거대한 자연 앞에 우리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연을 거스르고 문명을 받아들이는 것? 아님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것? 느닷없이 내게 질문했다.

 


당신들이 찾는 질이라는 것을 우리가 어찌 알겠소.

우린 가축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늑대를 잡을 뿐이오.

 

이 외에도 책의 곳곳에 몽골의 자연과 전통, 그들의 생활방식을 마주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서낭당과 비슷한 어워, 그들의 생활거주지 게르, 추운 겨울날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들이 말을 타고 목적지까지 달리던 성인식, 늑대사냥은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꽤 낯설다. 하지만 이 속에서도 나름의 원칙은 존재한다. 사냥하는 이유가 가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문명 속에 사는 자에겐 특별하고 질 좋은 털을 갖기 위한 무분별하게 이루어져야 할 수단이다. 이로써 문명의 갈등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마을 사람들을 부추기고 욕심의 민낯을 마주한다.

 

 

타미르는 내쯔의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저만치 늑대 두 마리가

눈으로 뒤덮인 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몽골의 대지 위를 누비며 늑대사냥이라는 역동적인 소재는 마지막까지 진한 감동과 물음을 놓치지 않았던 <늑대와 소녀> 늑대 암스갈과 여동생 헤를렝이지만 이 둘은 타미르에게 결국 같은 존재들이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동생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나며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순응하며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손수 보여줬던 타미르는 처음과 달리 성장했다는 것을.

 

 호기심에 시작된 이 책의 펼침은 언젠가 읽었던 멸종위기 동물에 늑대가 포함된다는 것을 떠올리게 했고 문명의 발달 속에서 전통을 지키며 사람들과 몽골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문명 속에 사는 나는 전통과 문화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문명의 이기심은 자연을 무분별하게 망가뜨리고 훼손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 책은 거대한 자연 앞에 작은 미물인 인간이 문명이라는 무기를 들고 설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 생명, 동물, 가족, 공존 등 다양한 주제를 생각하게 하는 꽤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초등 고학년 이상은 무난히 읽을 수 있는 <늑대와 소녀> 자연과 동물에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몽골의 문화가 알고 싶은 누구라도, 책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당연히 좋아할 책이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견해로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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