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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에 꽂혀서는 ㅣ 텍스트T 2
정연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어쩌다 시에 꽂혀서는>은 제목처럼 어쩌다 나도 이 책에 꽂혔다.
푸른 숲길을 거니는 초록의 표지도, 우연을 불러들인 시가 일으킬 이책의 방향이
짐짓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의 기대를 안고 펼친 이 책은 다소 정적일듯한 나의 예상과는 달리 나의 몰입과 눈물샘을
자극했고 때론 억양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알게 모르게 따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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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겸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가족을 등한시 하던 아빠 H에 대해 원망과 분노가 가득찬 상태이다.
엄마의 부재로 아빠의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 겸이는 이사한 방에서 낡은 시집을 발견하고
자신의 마음을 위로받은 후 시를 읽고 쓰고 그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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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를 만나 마음에 담게 된 겸이는 시를 통해 위로받고 자신을 알아간다.
겸이를 통해 보여주는 시는 우리가 교과에서 배우는 분석적이고 문법적이며 낯설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글은 시이기도 하고 일기이기도 하고 엄마한테 하는 넋두리이자 편지'(p56)처럼
그렇게 겸이를 위로하고 친구이자 삶의 일부가 되어가는 모습을 천천히 보여준다.

시와 소설의 절묘한 조합은 중간중간 겸이를 통해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시에 대한 섬세한
공감과 위로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같다.
시란 삶의 순간 순간에서 찾아가는 '보물찾기' 같은 거라며 '누구든 마음만 열면 언제든
어떻게든 찾을 수있다'라고 겸이를 통해 시가 어떻게 삶에 위로를 건네는지를 느끼게 한다.
방황하는 겸이를 마주하며 사춘기의 흔들림이라고 하기엔 삶은 다양하고 숨죽여 울어야 할
많은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런 삶 속으로 들어가 위로해 줄 시 한 편이라도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작가는 '시란 삶이 지쳐있을 때 그만하면 됐다고, 툴툴 털고 일어나라고 훈수 두지 않는다.
비좁은 가슴을 파고들어 고즈넉한 파문을 일으킨다. 매번 다른 떨림과 울림으로 위안을 준다’
라고 한다. 왜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지, 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작가의 말이 이 소설
과 연결되고 우리의 삶에 위로를 건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이 책에 꽂혀가지고는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도 '큭'하고 웃는 여유도 잊지 않게 했던
책. 나는 열일곱 방황하는 사춘기 소년이 되어 시 속을 거닐다 심히 시로 위로 받으며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책이었다.
이 책 딸 책상에 살짝 올려놓으며 어쩌다 이 책의 매력에 풍덩 빠지기를 바라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