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삼킨 코뿔소 - 개정판
김세진 글.그림 / 모래알(키다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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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볼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코뿔소는 왜 달을 삼켰을까? 밤이라서 그런지 코뿔소의 표정이 슬퍼 보이는 것은 왜 일까? 밤에 나와서 이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지요. 하지만 이 처럼 파란 밤기운을 안고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는 코뿔소의 슬픈 모습에서 달을 삼킬만큼 슬픔 사연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은 2015년 키다리출판사에서 출간되어 2017년  개정판으로 돌아왔습니다.  표지가 보라에서 파랑으로 분위기가 살짝 다르게 느껴지지만 달을 삼킨 코뿔소의 감정을 두 권 다 잘 느낄 수 있습니다. 면지에 보았던 노란파도 때문이었을까요? 괜실히 세월호로 죽은 단원고 아이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작가의 말처럼 ' 자식을 잃은 이들의 아픔을 위한 하나의 작은 씻김굿과 같은 책' 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뭉클하게 전달되는 듯합니다.

 


아기 코뿔소는 매일매일 즐거웠고 하루가 다르게 커 갔어요.

엄마 코뿔소도 아기 코뿔소의 뛰노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어요.

 


 

"얘야, 얘야, 어디 있는 거니?"

엄마 코뿔소가 울부짖으며 찾았지만

아기 코뿔소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부모란 그런 것 같습니다. 아기가 처음 와주었던 순간부터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며 조그만 뜀박질에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엄마 코뿔소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뛰어놀던 순간에도 부모는 혹시나 하는 걱정을 접지않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면 저도 이성을 잃을지 모릅니다. 아기 코뿔소를 찾아 온 사방을 찾아 헤매는 엄마 코뿔소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한순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아기 코뿔소를 잃은 마음이 금방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잃어버린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6주기를 맞은 세월호나 일상에서 예기치 않은 많은 사건들 앞에서 자식들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란 몇 년이 지난들 사랑했던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사라질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유통기한처럼 몇 년이 지나 무뎌지면 좋으련만 마음은 단칼에 잘라낼 수 있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 상실은 때론 분노가 되고 걷잡을 수 없는 그리움에 현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잊으라고 하는 말처럼 잔인한 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마주하기 싫은 일이지만 엄마 코뿔소의 마음이 되어 제 마음을 먹먹하게 합니다. 그리고 왜 이 책이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을 위한 진혼곡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저 함께 즐거움을 지켜보고 행복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아기 코뿔소를 잃은 엄마코뿔소의 처절한 상실의 분노도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그리움이 커져 비슷한 것만 봐도 그립고 가슴 아파서 어떻게 하지 않고서는 안될 것 같은 , 그것을 없애서라도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다면...

 


부모자식간의 연을 어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움을 감춘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겠지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또 다른 희망으로 치유될 수 있다면 다시는 이런 아픔을 마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작가가 그린 코뿔소가 모성애가 지극한 동물이라는 사실도, 아기 코뿔소 착각하게 했던 노란 달이 어쩌면 아기 코뿔소의 분신이며 상실이라는 슬픔 속에서 희망을 놓지 말라며 노란색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거칠고 역동적인 채색은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낸 엄마 코뿔소의 마음을 절실히 느끼도록 만듭니다. '시간이 지났으니 할 만큼 했다'라는 말 보다 그저 많이 그립겠구나. 애쓰고 있구나. 힘들겠다며 마음을 알아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 엄마 코뿔소를 위로 하는 마음이 아닐까 하네요. 작가의 마음처럼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진혼곡이자 그리움을 품은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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