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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젤리이모 지음 / 한림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익숙한 전래놀이 덕에 책을 보자 궁금증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표지에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표정은 내가 아는 놀이와 다른 것 같았거든요. 제대로 이 책을 즐기기로 했죠.

술래가 외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면
가만히 있어야 해. 움직이면 죽는 거야!

꿀벌 너 날개!
개구리 너는 다리!
너희 움직였어!
우리가 아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입니다. 그저 놀이의 규칙을 배우고 긴장감 속에 함께 즐기는 놀이인 줄 알았습니다. 놀이에 빠질수록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죠. 하나, 둘 죽어 사라져가는 동물들 사이로 코끼리가 말합니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 사라지겠어'라는 말이 콕 박힙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단순히 즐기는 재미난 놀이가 아닙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은 위험에 처한 멸종위기 동물들입니다. 크낙새는 술래에게 죽기도 전에 놀이에서 빠져나가 사라집니다. 이제 만날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죽었던 꿀벌도 여러 가지 환경문제로 멸종위기에 빠져있고 그 흔하던 개구리도 도시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술래에 의해 하나, 둘 죽어 사라지는 동물들은 놀이로 죽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술래가 되어 동물들을 죽이고 사라지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놀이변형을 많이 해 본 저지만 이런 비유라니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즐기다 보면 저절로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놀이에 빠져 누구든 구하겠다는 생각, 우리 현실에도 필요한 생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구하지 않으면 영영 못 보게 될 동물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도 동물들을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 놀이이자 책이었습니다. 놀이로 즐기며 깨닫게 하는 이 책 정말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실, 이 책을 샅샅이 살펴보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면지와 술래, 그리고 놀이 중간중간 동물들의 모습부터 읽을거리, 생각거리는 들어있습니다. 그저 재미로 즐기는 놀이가 아니라 속속들이 살펴보고 생각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숨겨놓은 것 같습니다. 외출이 비교적 제한된 요즘 집에서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 책, 무얼 놀지 고민하게 한 책이자 놀이를 통해 환경을 생각하게 한 책, 함께 살기 위해 우리는 방관자가 아닌 행동하는 자가 되게 한 책이었습니다.

아들이랑은 멸종위기 동물 카드를 만들어 봅니다. 책에 나오는 동물부터 나오지 않는 동물까지. 어떻게 해야 동물들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보며 책을 알차게 즐기며 읽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