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
울프 스타르크 지음, 키티 크라우더 그림, 이유진 옮김 / 살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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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은 아이가 먼저 읽고 독후감을 썼던 책이다.


 

자신도 꼬마 고트프리드처럼 할아버지와 죽이 잘맞아서인지 꽤나 인상깊게 남았던 책인가 보다.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삶의 끝에서 시작되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은 익숙한 그림체에 나를 사로잡았다. 그림책 작가로 유명한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울프 스타르크 역시 유럽에서 인정받는 아동문학가로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드 상과 독일 청소년 문학상, 북유럽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분이란 것이다. 이런 명성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모험이라는 것이 이 책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험이 무엇인지, 누구랑 함께할까 하는 궁금증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관심과 흥미를 충분히 채워주었다.

 

이 책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가 넙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 할아버지를 좋아하는 주인공 꼬마 고트프리드는 할아버지를 위해 병원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것이 일종의 모험으로 그려진다. 그도 그럴 것이 할아버지는 심장이 약할 뿐 아니라 다리도 다쳐 가파른 돌 언덕 위에 할아버지 집까지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주인공의 마음과 할아버지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 모험을 떠나게 된 이유를 알게 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책 속 인상적이었던 부분

 


할아버지는 성을 내며 소리를 질렀다. 고분고분하고 차분하게 해 줄 알약들은 퉤 뱉어 냈다. 간호보조원에게는 호통을 쳤다.

난 여기에 짐승처럼 갇혀 있소!”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댁들은 날 뭘로 생각하는 거요? 원숭이?”

얼굴이 시뻘게진 할아버지가 욕을 퍼부어 대서, 아빠는 나한테 귀를 막으라고 했다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테지.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할아버지가 화내는 순간이 언제나 좋았다.

할아버지가 화를 낼 때면 삶이 더 흥미진진해졌다.

p10

 


할아버지를 무척 좋아하는구나?”

여자가 말했다.

, 그래요.”

나는 답하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털어놨다. (중략)

여름마다 우리가 같이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할아버지 코골이에 잠이 들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그리고 할아버지가 모든 일에 얼마나 능한지를. 커다란 돌을 파내는 일처럼, 변소 지붕에 아스팔트 바른 새 방수포를 얹는 일처럼.

이야기하면 할수록 할아버지는 더욱 젊어지고 더욱 힘이 세졌다.

p19

 


거짓말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거다. 바다에도, 집에도

할아버지는 양복도 태울 수 없었겠지.

(중략)

지금 할아버지는 배에 앉아 창밖으로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작은 섬들을 보고 있었다

두 뺨은 병실에 있었을 때처럼 잿빛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가끔 거짓말이 좋을 때도 있겠지요?”

(중략)

가끔은 거짓말이 진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할아버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p85

 

이 책을 읽으며 할아버지,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삼대의 관계가 등장한다. 서로를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를 보면서 우리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할아버지를 생각해서 하는 아들(주인공의 아버지)의 행동보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꼬마 고트프리드의 행동에 반성하게 된다. 보이는 진실만 직시하는 무뚝뚝한 어른이 된 것 같아서. '가끔은 거짓말이 진실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던 할아버지의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생각을 하게 했다.

 

할아버지와 꼬마 고트프리드가 함께 한 마지막 모험은 흥미진진한 재미와 감동을 줌과 더불어 때론 정확한 진실보다 상대가 원하는 진심을 알아보는 눈,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유머, 여유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아이에게도 내게도 삶의 끝에서 이렇게 모험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소중한 사람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내겐 감동으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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