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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ㅣ 우리 작가 그림책 (다림)
조영지 지음 / 다림 / 2020년 6월
평점 :
달항아리 (조영지 | 다림)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문장 하나에 마음이 뭔지 모를 기다림으로 푹 내려 앉았습니다.앞면지에서 봤던 목련봉오리를 떠올리며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시작했을 거라는 생각에 기다림의 대상도 기다리고 있는 대상도 궁금해졌습니다.
해방이 되던 날 지주가 버렸던 것을 억척네가 품어 들었다는 백자라 불리는 달항아리입니다. 보름달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 달항아리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며 어리숙한듯 부정형의 둥근 미를 담고 있어 종종 한국인의 정서와 아름다움이 담겨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민족성을 여기에 비유하고요.
달항아리의 존재를 알아보는 억척네만큼이나 억척네에선 보물같은 존재입니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모양을 달리 한다는 완벽하지 않은 곡선의 달항아리는 목련 꽃을 소담스럽게 꽂아두어도 좋을 크고 기품있는 항아리입니다.
해방 직후 느꼈던 평화로움도 잠시 다시 마주했던 고난의 시기는 억척네로 하여금 이 백자를 드러내기보다 땅속에 묻어 숨겨진 곳에서 쌀이며 감자를 담아두던 보관저장소가 되었습니다. 억척네는 역경의 시기를 북에서 온 군인들에게, 미군과 경찰들에게 떡을 받치며 버티다 떠났습니다. 그리고, 고난의 시기를 지나 온 평화로운 지금 우리는 억척네가 묻었던 달항아리를 박물관에서 보고 있습니다.
<달항아리>로 대면했던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그때는 격동의 시대로 참 험난했습니다. 억척네의 '억척'에 담긴 말처럼 어떤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끈기있게 살아냈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거라는 생각에 격동의 시대를 견뎌낸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납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말 못하는 유물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던 달항아리의 마음을 느끼며 한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마음이 오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뭉클해져옵니다.
억척네가 보여준 무엇이 소중한지 알아보는 눈, 그리고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자 했던 마음을 알고 나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살기는 편해졌다고 하나 어떤 어려움으로 우리는 격동의 시대를 맞이할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에 어쩌면 억척네의 이름처럼 어떠한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는 '억척'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 들려 줄 무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달항아리가 담담하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에 더욱 깊게 다가왔던 이야기.6.25 70주년을 맞은 우리.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격동의 시대를 이해하는 법. 묵묵히 살아온 자들의 삶을 이해하며 배워가는 것이라고 하는 <달항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