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김장성 지음, 정유정 그림 / 이야기꽃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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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생기는 지난겨울 앙상한 가지의 서글픔마저 잊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춥다고 움츠리며 잘 들여다보지 않던 그 시절의 무안함을 만회하려는 듯 자꾸만 가까이하고 들여다보게 하는 계절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겨울, 나무(김장성 글 / 김유정 그림|이야기꽃) 조용히 이야기하듯 다가왔습니다.

 

겨울, 나무 (김장성 글 /정유정 그림 | 이야기꽃)

 

어느 시인의 시가 생각나듯 시처럼 읽혔던 이 그림책.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 봤다고(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나무라듯 자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보이지 않은 노력과 힘을 그것을 나타내고 있는 본질, 내면이 가진 힘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꽃핀 적엔 보지 못했네

꽃 잔치 받치던

잔가지들


 

잎 난 적엔 보지 못했네

뻗으며 애쓰던

가지 끝들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머뭇거리던 시간들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시처럼 다가왔던 그림책이지만 자꾸만 멈추어 보게 했던 책. 계절을 입었던 순간보다도 자신으로 우뚝 솟아 거친 살갗을 드러낸 순간의 나무다움. 아무 보잘것없을 것 같은 그 몸에서 가지는 겨울, 나무의 힘을 알아가는 시간.

 

세월을 지나온 나무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과 닮아 보입니다. 꽃잔치를 바치던 잔가지들, 뻗으며 애쓰던 가지의 끝들, 굳건하던 줄기와 억센 뿌리들, 숱하게 고민하며 견디고 버텨왔을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무 그 맨몸뚱이에 새겨지고 있었습니다. 나 또한 그저 내가 되지 않았듯 실패와 성공, 고난과 역경의 순간까지 내 것이 되어 나를 만들었을 나의 인생을 보며 어떤 계절의 색을 입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저 나일 때 내가 더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 그림책입니다.


 

내가 얼마나 뻗을지, 언제까지 푸른 잎사귀를 풍성하게 드릴지, 어느 순간 멈추며 머뭇거릴지 모르지만, 이 또한 나를 더욱 굳건하게 만드는 나일 테니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보이는 것보다 나를 이루는 것들을 채우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나무가 내게 들어온 날, 나무를 알아가듯 내 인생도 알아갑니다. 내가 본 게 전부가 아니란 것.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은 날. 나무는 인생의 선배가 되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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