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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 있어요
우오즈미 나오코 지음, 니시무라 쓰치카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0년 6월
평점 :
나는 남매 셋을 키우는 엄마다. 애들이 커갈수록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기 이야기에 귀담아 들어 달라고 야단이다. 혹여 남매끼리 잘못할 경우 야단이나 치려 하면 “엄마 좀!! 제 얘기 들어주세요!”라고 한다. 물론 셋 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눈에 밟혔다. 응어리진 듯 뱉아내는 《하고 싶은 말 있어요!》가 마치 둘째 딸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말이다.

《하고 싶은 말 있어요!》(우오즈미 나오코 글/ 니시무라 쓰치카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이 책의 배경이 일본이라 중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빼면 히나코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요즘 아이들 모습이다. 공부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친구와 함께 놀고 싶기도 하고 부모님이 하시는 모든 말에 순종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보다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은 그런 나이다. 그래서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 딸과 히나코가 겹쳐 보였던 것은 당연했던 것 같다.

부모는 늘 나는 자식을 위해 생각한다.
자식을 위해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부모는 자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자기 자식이기 때문에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옳음은 하나가 아니다.
상대의 기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할 때만 서로를 알 수 있다.
그건 타인끼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부모에게 지배 당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내 길을 걸어가고 싶다.
이 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히나코가 주운 수첩 속의 글귀는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 히나코가 주워 읽으면서 놀랐던 것처럼 나 역시 적잖히 당황을 했다. 아이들 눈에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이란 부모는 으레 자식을 생각한다는 말로 아이들을 옭아맨다. 부모의 말에 당연히 따라야하고 부모는 자식에 다 알고 있다는 생각. 이 책으로 이 문장을 대면하면서 뜨끔해진다.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지면서도 부모라는 지위에서 갖는 오만함이랄까? 분명 청소년 소설이었는데 부모로서의 나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은 아무렇지 않게 부모로서 대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아이와 함께 읽어야 될 책으로 느껴졌다. 부모가 살아온 사회의 잣대로 아이를 대하는 것은 그 아이를 이해하는 것보다 내가 겪은 사회의 경험을 그대로 투과하려는 욕심이라는 것을 부모인 우리들이 알아야 했다.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해?”
“그럴 땐 어쩐지 이 길이 끌리는 걸, 하는 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음, 그랬다간 잘 안 될 것 같은데.“
“그게 말이야, 어떤 길을 선택해도 정확하게 똑바로 뻗은 길은 없어.
구부러져 있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해서 넘어질 때도 있어.
그래도 그게 히나코 길이니까
재미있게 생각하면서 걸어가면 되는 거야.“
엄마의 서먹하고도 어색한 갈등을 부딪히기 위해 용기를 내는 히나코. 히나코가 어떤 길을 가든, 우리집 아이가 어떤 길을 가고 싶어하든 응원할 수 있는 부모이고 싶다.
알 수 없는 길. 자신이 끌리는 길을 부딪히면서 알아가는 용기,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히나코가 되길 응원하며 부모이기 이전에 한때는 히나코였을 나를 보며 히나코가 걸을 길, 히나코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를 바라면서 읽었던 책이다.
언젠가는 지금보다 마음도 한뼘 더 성장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