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지청구
공광규 지음, 연수 그림 / 바우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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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만 해도 할머니의 사랑은 끝도 없습니다. 대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어이구, 우리 강아지 왔노~. 힘들제?”부터 이거 먹어라, 좀 쉬어라 등 그저 귀하게만 대접하십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이 책 할머니의 지청구라니 웬일인지 그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밥알을 남길 때마다

할머니는 늘 지청구를 하신다.



 

밥알 하나 버리면

죄가 일곱 근 반이여!

 


읽고 보니 이 책은 볍씨 하나에서 밥으로 밥상에 오르기까지의 많은 사람의 수고로움과 정성이 담긴 공광규 시인의 <할머니의 지청구>라는 시가 그림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왜 할머니의 지청구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 집이랑 다르지 않거든요벼농사를 짓는 시댁이라 밥상의 음식 하나 가볍게 여기지 말라고 가르치시기에 할머니의 지청구가 익숙해서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쌀 미 자를 풀어보면, 팔십팔(八十八)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이는 볍씨 하나가 쌀이 되기까지 보통은 여든여덟 번의 과정을 거친다는 말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벼를 심기도 전에 좋은 볍씨를 고르는 것부터 논에 심고 나서도 수없이 들락거리며 손이 가던 과정을 생각하면 여든여덟 번 넘는 수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싹 틔운 볍씨를 모판에 뿌리고 모내기를 하고 무더운 날 피를 뽑고 추수를 하여 벼를 찧어 내다 팔고 밥상에 오르기까지 땀 한 방울의 양을 아는 저로서는 일곱 근 반이라는 땀방울의 양과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노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기에 밥 한 톨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할머니의 지청구가 더 와닿습니다. 아이들도 할머니의 마음, 밥으로 되기까지 담았을 수고로움과 정성을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깨닫게 됩니다.

 

일상에 느낄 수 있는 작은 소중함, 삼시세끼 밥상에 오르는 그 흔한 밥을 다시 보게 한 그림책 할머니의 지청구는 연수 작가의 그림이 평범한 우리 일상에 담겼을 보이지 않는 노력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합니다시를 읽으며 자연을 이해하는 것도, 생명을 키워내기까지 담았을 고귀한 정성을 가까이 느끼게 합니다. 자세히 보면 시로만 느끼지 못했던 생태계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의 느낌, 볍씨 하나에 함께 했던 자연의 생명들-곤충과 식물, 동물까지. 모두가 함께 시그림책에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림을 따라 읽어도 시에 담지 못햇던 이야기까지 읽게 되는 재미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집콕에 집밥이 일상이 된 지금, 밥상에 맛난 것 없다고 툴툴거리던 막내도 깨작거리던 딸도,

할머니의 지청구덕에 밥 한 톨 남김없이 싹 비워냅니다. 고귀한 정성을 고스란히 먹습니다.

 


매끼 맛있는 밥 먹을 수 있게

수고해 주신

 농부 아저씨,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고맙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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