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지음 / 모래알(키다리)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뭔가를 던져 놓았습니다. 부모님이라고 햇을 때와는 달리 엄마라는 말은 참 익숙합니다. 한없는 사랑과 지지, 그리움, 보고싶음 뭐 이런 것들이라면 아빠라는 말은 사랑, 든든함, 강직함, 책임감 이런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책의 제목을 읽으며 사소한 안부를 언제 나눴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윤여준작가의 첫 그림책으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을 담아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채도가 낮은 모노톤의 그림은 잔잔하게 감정을 깊이 잡아당깁니다. 오렌지색과 파란색만으로 대조를 이루듯 균형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아빠와 딸, 오렌지와 파랑은 색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보면 작가의 의도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참 자상한 아빠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초를 가꾸고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말이죠. 보여지는대로 생각하다 가족사진의 아빠 모습을 보니 다른 사연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산도 작은데 뭘! 아빠는 괜찮아


예상한 일일까요? 느닷없이 다가온 일일까요? 퇴직. 직장인이라면 언젠가는 맞이할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나면 제 경험상으로는 괜찮지 않습니다. 허무하고, 당황스럽기도하고, 좌절에 위축되었다가 이런 저런 걱정에 속이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빠는 괜찮다고 합니다. 정말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던 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얘기라는 점이었습니다예전에 우리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자녀였던 우리는 일정한 시간이 흐른 후에 깨닫기도 하겠지만 또는 우리 아빠가 살아왔을 그 삶을 살아갑니다. 아무렇지않게. 지금 제가 그 위치에 살아보니 아빠의 마음을 100% 안다는 것은 무리겠지만 조금은 알아갑니다.

 

 

6년 전 신랑은 회사가 어려워져 인수합병으로 부서가 사라지고 권고퇴직을 당하였습니다. ‘이참에 쉬어가면 되지. 잘됐네. 괜찮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 달간의 여유였는지 또 다른 준비였는지 짧은 쉼을 뒤로하고 다시 직장을 찾아 출근하였습니다. '괜찮아'라는 말에 담겼을 무거운 책임감, 그리고 좌절감 등이 책과 겹쳐보이면서 코끝이 찡해져 왔습니다. '아빠'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의 무게감이.

 

 나이를 먹고 나니 다정했던 아빠의 익숙함은 어느새 무덤덤함과 일정한 거리감으로 자리잡은 저를 보면서 당연함으로 무장한 일상이 아니었을까. 이로 인해 우리 아빠는 참 힘들었겠구나 하며 아빠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봅니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인사인데 정작 내 가족에게 대한 애틋한 안부는 언제 나눴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퇴직시 가지고 나왔던 시들었던 화분에 관심을 가지고 물을 주던 아빠의 모습이 겹쳐보입니다



우리가 당연시 한 아빠지만 작은 관심과 안부를 물어봐주길 아빠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고. 곧 관심으로 생기있게 자랄 화분의 식물처럼 아빠의 제2의 인생도 시작될거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딸과 아빠의 관계는 아이들의 유아기를 벗어난 상황에서 제게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약간의 어색함이 부모님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우리의 모습이라 이 책이 주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작가가 담아 그림 속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고뇌를 읽기에도 아주 좋았구요. 서먹한 관계를 유지하는 큰아들과 사춘기를 맞은 딸, 그리고 응석받이 막내도 다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있기를 바라봅니다.

  

더 늦기 전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에 안부전화 드려야 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양어깨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신랑에게도 다정한 인사도 건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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