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순정 - 그 시절 내 세계를 가득 채운 순정만화
이영희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안녕, 나의 순->은 신간 연재부터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순정만화를 알게 된 그때, 방학을 맞아 집에 온 큰언니가 만화방에서 한 보따리 빌려 온 만화를 계기로 처음 입문했던 나, 그 후로 방학이면 어김없이 동네 언니들로 가득 찬 언니 방에서 배 깔고 누워 내 순번을 기다렸던 그때, 그리고 나이를 먹어 내가 큰언니의 나이가 되었던 이십 대까지 나는 나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고 꿈꾸게 했던 그때의 만화들을 잊지 못한다.

 

 

이 봄날, 그리움의 향기를 가득 담아 나의 한 세계를 담았던 그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듯

이 책은 그렇게 내게 왔다.

 


<안녕, 나의 순-> 제목에서 부터 예전에 내가 담았던 설렘이었을 것이다. ‘순정이라는 단어가 주는 뜻이 그러한 것도 있지만 세상을 많이 알아버린 나에게 이 단어는 요즘답지 않은 촌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의 한때, 내가 만났던 그 느낌 그대로를 담았을 것 같아서. 작가의 선택이 아마 우리가 모두 잊고 있었지만 기억하고 싶은 바람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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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로 구성되어 14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주제에 맞게 만나며 떠올릴 수 있다.

나를 만화의 세계로 입문케 했던 황미나의 <굿바이 미스터 블랙>부터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 김혜린의<불의 검>, 한승원의<프린세스>, 박희정의<호텔 아프리카>, 강경옥의 <블루>, 이미라의<인어공주를 위하여>, 천계영의 <오디션> 등이 나온다. 내가 좋아했던 순정만화 중 김영숙의 <바람꽃>과 김진의 <바람의 나라>가 없다는 것에 아쉽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그 당시의 나를 대면하며 설레며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또한, 미처 만나지 못했던 만화책을 만나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한때 나를 채웠던 행복하고 설레었던 기분들

' , 그땐 정말 그랬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했던 책 속의 그림과 문장들

 


인생은 예측 불허,

그러하여 삶은 그 의미를 갖는다.

때로는 그 의미가 처절한 슬픔을 내포할지라도

슬픔 속에는 빛이 있다.

보석보다 찬란한 빛이


삶은 정말 예측불허였다네 p26

 

꽤 길었던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촌마을에 살았던 내게는 정말 대단한 만화책이었다.

그 시절 일상인듯 자리 잡은 남아선호사상과는 달리 여성중심으로 이루어진 이야기

아주 장대한 서사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고 운명에 따라 순응적 삶보다 내가 만들어 가는

 레 마누아의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매력에 흠뻑 젖었던 그때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작가의 말대로 다시 떠올려 보면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여성들은 저마다 다른 삶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 운명이란 것이 정해져있다가도 어긋나는.

인생은 예측불허, 그러하여 삶은 의미를 갖는지 모른다.


 


나의 '객관적 위로'

너의 '주관적 아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문흥미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우리집>

 

그때 만났던 만화들이 상상의 나래를 마구 펼치며 이야기 속 세상에 나를 이끌었지만

 때론 현실을 지독히 반영하기도 해서 오히려 나를 떠 쏙 빠지게 하기도 했다

이 책이 그러했는데 이렇게 만나니 다시 떠오른다.

이영희작가는<안녕, 나의 순정>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때의 그 기억으로 지금 잠시 힘듦을 잊을 수 있게 '나의 '객관적 위로'가 너의 '주관적 아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하고


 

앞으로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


나예리 <네 멋대로 해라>

 

세월은 나를 머물도록하지 않았고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었다. 그 시기에 만났던 만화책.

BL(boylove)분류된다는 <네 멋대로 해라>는 그때 우리들이 벗어나고자 했던 현실에 대해 당당한 목소리처럼 보았던 만화책이었다.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보지 않아서 일까 작가가 건네듯 인물들이 하는 말은 마치 우리들에게 하는 말처럼 섬세한 감정선을 담았던 걸로 안다.

십대, 연예인을 쫓던 시기를 떠나 작가의 그림과 함께 전해져 오는 인물들의 말이

 그 당시 벗어나고자 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했다.

 '네 멋대로 해라'라는 제목에 끌려 보다가 한없이 매료되었던 책. 획일화된 교실 속에서 공부만하길 바라던 세상을 향해 나를 응원하던 그 말 '네 멋대로 해라'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였는지 모른다.

 


이 책<안녕, 나의 순->을 받아든 순간부터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의 순정만화에 대한 기억과 감성으로 모든 것을

 담기엔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순정만화를 들쳐보게 하는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나의 한때, 우리의 한때를 채웠던 순정만화. 설레고 꿈꾸었던 기억을 떠올려 지금의 내가 뭔가 행복한 설렘을 꿈꾸며 세상을 향해 당당히 살아가기를 응원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는동안, 나의 순정을 담았던 그때의 기억에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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