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이 온다 김개미 동시집
김개미 지음, 박정섭 그림 / 토토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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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읽는다는 것은 내가 순수했던 아이로 돌아가는 것 같다.

최근에 아들이랑 동시를 읽다보니 마냥 즐겁다.

' 맞다 맞아! '하는 소리와 '우리도 한 번 해 볼까?' 하며 눈을 마추며 내뱉게 된다.

그래, 시가 되든 안되든 말로 내뱉으며 행복해지는 순간을 갖게 하는 게 동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동시집 <오줌이 온다>(김개미 시 /박정섭 그림 |토토북)

꽤 시인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알고보니 그림책도 있다. <사자책>(알고보니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나랑 똑같은 아이>, <곰 고릴라가 온다>와 동시집 <쉬는 시간에 똥 싸기 싫어>, <어이 없는 놈>, <레고 나라의 여왕>, <커다란 빵 생각>이 있다. 살펴보니 그전에 봤던 책도 있도 있다. 그림작가는 그림책으로 많이 만나 본 박정섭작가다. 두 작가의 콜라보가 이 시집을 읽는 동안 시를 더 실감나에 해줄 것 같아 설렌다.

    

챕터의 제목이 재밌다. 쭉 훑어본 후 후다닥~ 시 읽자!!!

    

읽다가 아들 맘에 딱 든다는 시 왜 일까 궁금했다가 읽는 내내 아들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하루 안 씻는다고

전염병이 도는 것도 아닌데....

얼굴이 썩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 날은

씻기 시작하면 멈추기도 싫다

수돗물울 틀어 놓고 대충대충

힘없는 손으로 하염없이 씻는다

 

                                  -씻기 싫은 날-

 

ㅋㅋㅋ 우리 막내녀석이랑 똑같은 시다. 시를 읽으며 아들 마음을 알아간다. 보란듯이 크게 읽어주는 아들을 보며 빵 터졌다. ㅎㅎ '

    우쭈쭈 그랬구나 아들. 이 시가 꼭 네 맘 같았어. 근데 아들~ 썩어 없어지진 않지만 여드름 생기잖아. 흰 얼굴 너무 믿지말고 고양이 세수만 하면 얼룩진다는 것 알지?' ㅋㅋㅋ

 

또 멈춘다. 이건 모두가 그런걸까? 우리집 풍경이다.

지독한 냄새 앞에서도 모두 제 것은 참을만하다고 한다.

    

그래도 내 방귀가 깨끗하다

                                 -방귀 방-

 

엄마들은 알까? 책을 고를 때 '~ 좋다더라. 지금 읽을 때 아냐? 이거 정말 좋아.' 하는 말에 아이들에게 책을 들이민다. 내 아이와 맞지 않을면 책이 병풍이 된다.

생각해보면 나도 베스트셀러, 유명세에 산 책들 중 간혹 나랑 안맞을 때가 있다.

그땐 의문이 생긴다. 이 시처럼

 

 선생님,

이 책은

이렇게도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유명해졌어요?

 

유명한 책이라서

참고 참고 또 참으면서

읽으려고 읽으려고 읽으려고 해도

도저히 못 읽겠어요.

 

                     -정말 재미없어도 정말 유명한 책-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내 스스로 여유로와진다. 곱씹어 생각하게 되고 그 마음이 된다.

아이랑 함께 동시를 읽는 순간 나도 아이가 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눈높이로 가야 시의 참맛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별것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가다가도 보이면 멈춰서 읽게 한 시다.

내가 시의 맛을 모르지만 읽는 내내 행복했다. 동시란 참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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