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잎이 말했네 보림 창작 그림책
장영복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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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권의 그림책이 도착했어요.  

이 책은 지난여름 연꽃이 필 시기에 맞춰 궁남지로 떠났던 날을 떠올리게 했어요  

(사실 제가 사는 곳에서 부여까진 1시간 정도면 가깝죠.^^) 

여름의 햇살에 견주기라도 하듯 궁남지에 많은 연들 이 수놓고 있었지요

우리가 흔히 보는 백련이나 홍련뿐 아니라 삐죽삐죽 돋아난 독특한 잎의 가시연.  

그리고 둥글었던 큰 잎에 테두리가 올라와 있던 빅토리아연까지.  

저는 식구들이랑 한낮의 더위도 잊고 이리저리 거닐었던 기억이 납니다.  

더위도 잊을 만큼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던 연과 보낸 하루를 떠올리게 한 가시연잎이 말했네를 살펴볼까요??

 

 표지에서 주는 여백의 미에 잠시 머물렀어요.

 쭈그려 앉은 개구리를 보면서 가시연잎이 무슨 말을 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잘 떠오르지 않더군요.  왜냐면 지난여름 제가 거닐었던 연못가에서는 그저 연 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무런 생각을 못 했거든요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연들은 수없이 내게 뭐라고 했을 건데 나는 내가 보고자 했던 것에 취해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 취해 가시연잎이 들려줄 말에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저만큼이나 궁금한지 개구리는 쭈그린 자세에서 ~!’ 뛰어 가시연에 더 가까이 갔습니다.

 

    

이 장면은 책표지부터 면지 속지, 뒤표지를 연결하고 보니 움직이는 동작처럼 연결됩니다.

 꽤 재미있습니다.

   

어릴 때 스르륵~ 한꺼번에 넘기며 연속동작을 보던 것처럼요

쟁반 같은 가시연잎배의 선장이 된 듯 이리저리 살펴보는 개구리의 모습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개구리 옆에 가시연잎 위에 무임승차합니다.  

나는 가시연잎 배를 타고 통 통 통 노래하며 연못을 떠나네

둘레둘레 물길 따라 구불구불 넘으며 

어느덧 너른 바다에 이르겠네.

    

한 편의 시같이 읽히는 책입니다. 이혜리 작가의 그림손이 저를 연들 이 많이 피어있는 연못의 자연 속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어느덧 개구리가 되어 가시연잎배를 타고 너른 바다로 향해를 떠나고 있습니다. 떠나는 길에 파도가 삼킬까 걱정하는 나를 가시 연잎은 파도는 가시가 따가워 삼킬 수 없을 테니까라고 안심시킵니다.  

나는 다시 떠납니다. 가시연잎 배 위에서 통 통 통 노래하며 항해를 즐기는 여유를 갖게 합니다

가시연잎은 가는 길에 만나는 동물들을 마다않고 타라고 해.' 하는 걸 보면 잎의 크기만큼이나 마음도 커 보입니다.

         

쟁반 같은 가시연잎 배는 넓고도 넓어.  

돌고래가 타도 가오리가 타도 자리가 남는다네

쟁반 같은 가시 잎 배는 튼튼하고도 튼튼해.

 

쟁반 같은 가시연잎 배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하늘을 봅니다. 돌고래랑 대왕 문어, 가오리까지 타고 배가 된 가시 연잎, 날치들이랑 함께 말입니다. 나는 지금 가시연잎 위에서 세상 누구 부러울 것 없는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행을 즐기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되었네

구름이 흘러가네, 우리처럼 통 통 통 

해님이 고개 기울이니 눈에 드는 것마다 아름답네 

우리도 아름다울까.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인생 여행길을 떠납니다.  

가는 길에 누구라도 만나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여행길이 되지 않을까요?

         

사실 제게는 가시연잎 같은 쿨함이 없습니다  

선뜻 다가가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소심함이 늘 여행을 망설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가시연잎배랑 떠난 오늘 여행에서는 가시연잎의 쿨함이 참 좋았습니다

무심한 듯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도 자유롭게 꿈꿀 수 있게 바다로 떠나 준 여행이 제게는 힐링이었습니다.

 

이왕 하기로 한 여행, 떠나기 전 걱정은 다 벗어놓고 그저 즐기기 바란다는 듯 

가시연잎배는 타라고 해, 쉬어 가라고 해.’ 라며 마치 제게 건네는 말 같았습니다.  

오늘 하루는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두고 떠난 여행  

여행길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듯 오늘은 대왕문어와 돌고래와 가오리가 함께 해주었습니다

함께여서 좋은, 내가 우리가 된 아름다운 모습으로 오래도록 쉬었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여유롭게 쉴 수 있었던 것은 가시연잎배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즐기고 난 후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합니다. 꿈꿉니다

    

쟁반 같은 가시연잎이 배라면,

         

덧붙이자면 사실 저는 이혜리 작가님의 책을 좋아합니다. 늘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아들이 꼭 사달라고 했던 책이 우리 집에 괴물이 우글우글입니다. 이때부터 이혜리 작가님의 책은 꼭 챙겨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큰아들 말로는 재밌어! 엄청 재미나게 그려져 있어. 아이인 나보다 생각이 더 재밌는 작가님이셔.”라고 말하더군요. 그 아들이 중3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큰 아들이 보던 책을 지금 막내까지 보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이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작가님의 책을 신간으로 만나니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신 장영복작가님과는 이번이 세 번째 같이 하는 작품이더군요. 여름휴가, 호랑나비와 달님그리고 이번 책 가시연잎이 말했네까지 세 작품 다 다르지만 좋았습니다. 이혜리 작가님의 그림선이 좋았고 그 속에 담긴 캐릭터들의 유쾌함이 좋았습니다. 연못에 사는 개구리, 가시연잎의 시선이 섬세하고 개성있는 그림과 함께 표현된 콜라쥬기법은 잘 어울려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며 시처럼 다가왔습니다.

      

힘들고 지칠때 때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다면 이 책 어떨까요?

 아무런 걱정말고 가시연잎배에 올라 그저 가시연잎이 가는데로 여행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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