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속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경혜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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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걷는 이 가족들은 도대체 어떤 약속으로 가파른 돌 비탈길을 오르고 있는 걸까요? 쉽지 않을텐데 하나같이 설렌다는 표정인 걸로 봐서 어떤 약속때문에 이런 건지 무척이나 궁금하게 한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제 마음을 끈 건 제가 좋아하는 밤을 배경으로 낮과 다른 밤의 푸른 빛이 반짝 반짝 빛나는 별들과 함께 마치 신비하고도 아름답게 그려져 있답니다.

    

    

한참을 자는데 엄마가 방문을 열고 말해요.

얘들아, 우린 약속이 있잖아?”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요.

 

우린 군말 않고 옷을 입어요.

많이 자진 못했죠.

한 두 시간쯤 잤을까?

 

순간 어떤 대단한 약속인지 궁금해집니다. 한 두시간 밖에 자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일어난다는 것은 지켜야 될 약속에 대한 기대나 중요성에 있는 것이겠지요. 아직 눈이 떠지지않은 상태로도 이렇게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은 제게 대견함으로 다가옵니다.

    

시골길에 들어서자 마른풀 냄새가 코를 확 찔러요.

치르치르 메뚜기의 노래에 어깨도 저절로 들썩거려요

차츰차츰 풍경이 드러나요. 어느새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나 봐요.

들판에서 앉은 채 자는 암소들 모습이 이상한 그림처럼 보여요.

    

캄캄한 어둠 속에 떠나는 길은 환한 낮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익숙하게 보이던 것이 새롭게 보이고 나의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여 새로운 감각으로 반응하게 하지요. 조그만 소리도 새롭게 들리고 늘 자던 소들이었을텐데 다른 형상으로 감지되어 무섭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답니다.

캄캄함을 헤치고 걷는 길이 낯설음을 깨뜨리며 나아가는 여행가도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는 그 길에서 본 빠르게 지나가던 기차, 나무들의 냄새, 밟은 나뭇가지에서 나는 소리들, 그리고 밤을 지키며 약속을 위해 걷는 이들을 지켜보는 동물들의 모습까지...

 

 

숲속의 빈터를 지날 때 엄마가 말해요.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우리는 풀밭에 누워요.

수많은 벌레들의 노랫소리에 풀들이 웅웅거려요. 하늘 가득히 별이 뿌려져 있어요.

잠시 후에 아빠가 아쉬운 듯 말을 꺼내요.

가야겠구나. 우리 약속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시간이 다 됐어.”

 

 

 

저길 봐요!

우리는 서로 꼭 껴안은 채, 숨소리도 내지 못한 체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아요.

우리가 바로 이 자리에 와 있는 거예요.

소리 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눈부신 약속의 자리에....,

    

 

약속이라는 것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면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이라고 사전에서 정의를 내립니다. 우리는 약속을 할 때 지키는 것, 실천할 것을 염두에 두고 합니다. 이 책 역시 어떤 약속을 지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시간이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낮이 아니라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어둠을 헤치고 길을 떠나야하고 가는 중간중간 익숙한 것을 넘어 낯설음과 두려움에 대면하기도 합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도 하고 지치기도 합니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약속을 향해 가는 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저는 해마다 한 해의 소원을 빌기 위해 또는 뭔가의 계획을 세우고 싶을 때 일출을 보러 떠납니다. 그리고 그 길이 편치 않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일출을 보면서 의지를 다졌던 것 같습니다. 이 책 어떤 약속은 아이들과 함께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나는 길이지만 약속을 이행해 나가는 길이 마치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과 느껴졌습니다.

때론 쏟아지는 잠을 떨치고 깨어 움직일 수 있는 실행력도 필요하고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홀로 길을 떠날 때도 있습니다. 늘 보던 익숙했던 것들이 갑자기 낯선 두려움으로 다가 올 때도 있을테고 혼자가다 보면 지치기도 할테지만 함께 인생의 목표를 향해 걷다보면 의지가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을 다 뿌리치고 약속을 지키게 되는 순간 그간의 힘듦이 한 순간에 사라져 환한 빛과 희망처럼 다가올지 모릅니다.

 

 

어둠을 배경으로 한 것은 우리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는 길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한 것이겠죠.

혼자 약속을 향해 가는 길 보다 함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 실행력도 중간에 멈추거나 포기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어떤 약속은 약속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신비한 어둠의 색으로 마치 여행을 떠나듯 신비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지금 어떤 약속이나 일을 계획 중이거나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지네요. 머뭇거리지 말고 실천하고 나면 스스로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장할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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