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문예반 바일라 6
장정희 지음 / 서유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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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문예반이라 ...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하고 외마디가 새어 나왔다.

 

나의 경험을 비추어 봤을 때 문예반은 쉽고도 평범했던 동아리였다.

내가 문예반을 들었던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반의 치열한 경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딱히 운동을 즐기지 않는 나로써는 이왕이면 몸과 머리를 덜 쓰고도

한 시간 정도 쉬어는 걸로 만족했던 동아리- 문예반.

말도 안되게 이 책을 보면서 내 학창시절을 떠올리다니 읽기도 전에 이 책이 기대된 건 사실이다.

 

사춘기 문예반은 고선우라는 고2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문예반 담당이며 문학가이자 국어교과 담당인 문쌤,

고선우를 문예반으로 이끌었던 다소 밝은 주회와

학교에서 뭐든지 모범생으로 전교생의 선망인 미소,

선우를 키워주고 함께 살고 있는 외할아버지 이렇게 중심인물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문쌤 말대로 꼭 무엇을 읽고 반드시 느껴야 되는 것은 아닌데 나는 이 느낌을 말하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렵다. ㅡㅡ;;;

 

내가 선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 그저 평범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내 딸의 모습과

 또는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았기때문인지 모른다.

 

선우가 담임 선생님이 물었던 말에 .. 그냥 아무거나 들어요.”

아무거나라는 대답에 내가 보였다.

귀찮을 수도 있고 딱히 듣는 게 없을 수도 있고 나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방어적 행동에서.

문예반 자기소개서에서 했던 말.

“...(생략) 꼭 뭔가가 되어야 합니까? 그렇다면 행인 1이 되겠습니다.

그냥 조용히 살다가는 게 꿈이니까요.”

 

학기 초 매번 자기 소개서에 장래희망까지 적어오라는 조사서를 보며 정말 싫어라고 내뱉던 딸.

"그냥 평범한 보통사람은 안되나? 왜 꼭 뭐가 되라고 하지 ?”하는 말이 떠오른 건 사실이다.

 

사춘기에 우리는 이중적 모습을 가진다. 아니 어느 시기든 말이다.

 주목받고 싶어하고 때론 주목받는 대상이 아니길 바라기도 하고 발표하나에 달라지는 시선들...

선우가 처한 환경이 선우 나름대로 적응하는 삶을 만들어 냈을테지만

 딸 키우는 엄마입장으로는 짠함이 느껴졌다.

 이런 느낌을 뒤로 하고 다가왔던 말 고통을 선점한 자의 우월감이란 말.

얼마나 많은 고통으로 삶을 대해 왔던 것일까.

애써 감춰도 보여지는 것을...

 

  

가끔 남다른 고통이 겪은 사람과 함께 있다 보면

고통을 선점한 자의 우월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

너희가 고통을 알아?’식의 태도.

자신의 고통이 너무 커서

 타인의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말과 행동 같은 것들 말야.

 

자신을 알아봐주고 이해하는 문쌤을 통해

 선우뿐 아니라 아이들은 진실로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글로 적는다.

자신만의 언어, 자신만의 소통으로.

 그게 잊혀지든 남아있든 내 아픔을 드러내서 적는 순간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적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누구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충격이 크면 자신만의 언어를 잃어버리기 십상이지.

 하지만 우리에겐 이 있잖니?

 세상에서 가장 귀한 소통의 도구이자 카타르시스의 매개체.

    

 

우린 우리가 가진 경험이나 아픔을 드러내되 얼마나 진실한가에 앞서 평가를 한다.

그리고 주눅들고 그러다가 차츰 멈추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럴 때 문쌤처럼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글로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까?

  

  

넌 글 쓰는 게 좋니?”

정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네 안에 든 씨앗이 자극을 받아 꿈틀거리는 거야.

글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고.

이것저것 해 보다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면 한 번 더 해 보면 돼.

 그렇게 꿈틀꿈틀 하다 보면 마침내 씨앗이 껍질을 깨고 나오게 되지.

그 뒤부턴 정성껏 가꾸면 되는 거야.

예쁜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말이야.....”

 

 

요즘처럼 입시위주의 학력사회에서 작가는 사춘기문예반은 얼마만큼의 인지도를 가질까 생각해봤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글을 잘 쓰는 아이들에게는 인기있는 동아리겠지만 그렇지않다면???? 하필 왜 문예반?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조금 진부해보이기도 하겠지만 가장 간단하고도 쉬운 방법의 자기 드러냄이 글쓰기다.

사춘기 소녀들에게 있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끄집어낸다 것은

 그만큼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이다.

 나름의 크고 작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길 바라는 마음과 자신을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는 사춘기 소녀들의 문예반을 소재로 삼지 않았나싶다.

 

지독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했던 사춘기,

자신이 가진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져 죽음을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었던 사춘기

내가 그랬듯 사춘기 문예반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문예반 과제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나에게서 나온 글은 더이상 지독한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사춘기때 이런 문쌤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을텐데 말이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특출한 재능이 없음에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문쌤의 말을 인용해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

 재능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씨앗같은 거란다.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며 물을 주다 보면

그 씨앗이 언젠가는 싹이 돋고 꽃을 피우게 될 거야.

피우려는 노력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야.

 물론 빨리 필 수도 있지만. 아주 천천히 필 수도 있지.

 게다가 모든 꽃이 봄에만 피는 게 아니잖니?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 ....

심지어 겨울에도 피잖아?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 돼.

 

나름의 아픔과 고통으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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