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소영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신간이 나오면 제일 먼저 읽어 보고싶다는
생각에
신간알림 서비스를 등록해놓고 대기 중이다.
얼마 전 그녀의 신간이 나왔다.
‘적당한 거리’ 나는 이 말을 즐기는 편이다. 신혼 초에 서로 다른 우리를
인식한 이후
부부사이에도 적당한 거리라는 게 늘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생을 지나 사춘기의 정점을 찍는 중3
아들녀석을 보면서
서로에겐 적당한거리는 관계를 더욱 좋게 한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친구사이에도 아쉬운 듯 적당한 거리는 늘 좋은 관계를
유지시켜준다.
상처를 주지 않는 최소한의 적. 당.한. 거. 리.
이 책 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설렌다. 두근두근.
슈퍼바라고 불리는 산세베리아와 산세베리아 옷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 사이에는
‘적·당·한·거·리’라는 제목이 놓여 있다.
여인은 산세베리아 옷을 입은 걸까? 산세베리아 같은사람일까? 식물의 주인?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사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식물과 사람사이에 놓인 제목만큼이나 정확하게 힘줘 말할 정도로 중요한
적·당·한·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나는 적당한 거리는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혼자 생각에 빠지다가 책장을 펼쳤다.
아침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고 식물들은 나란히 그 빛을 받고 있다.
산세베리아 화분 옆에선 아침의 기운을 채 느끼기 전인지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강아지 한 마리.
이 책의 주인공이 아침부터 분갈이를 하기 위해 분주해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가만 보면 식물들도 성격이 모두
달라.
어떤 식물은 물을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물이 적어도 잘 살 수
있지.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단순한 내용일지 모른다.
화분에 애정이 많은 사람의 분갈이하는 과정이 담긴 그런 이야기라고 하기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작은 것 하나에 우리의 관심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집집마다 화분을 하나씩 키우고 있겠지만 누구는 물을 너무 자주 줘서 죽고
누구는 물을 너무 안줘서 말라죽인다.
화분의 식물 하나 키우는데 꾸준한 관심 , 우리의 애정이 적당한거리를 유지할 때 식물은 잘 자란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에 집착하다보면 지나친 관심으로 서로가 힘들어진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관심.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적당한 거리는 서로의 관계를 오래도록 잘 유지시켜줄 뿐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최소한의 거리가 아닌가싶다.
작가는 어김없이 이 번 책에서도 이야기한다.
거창한 소재가 아니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로 소소한 일상에서의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작은 화분 하나에 심겨진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 삶, 인간관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천천히 이야기해준다.
식물에게 필요한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처럼
모든 '적당한' 무엇이 필요하다.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림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첫페이지에서 부터 강렬했던 그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적당해서 어렵지만
그 적당함이 너와 나 사이를 건강하고도 오래도록 유지 시켜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