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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3~4년 전, 미국의 한 시민이 made in china 제품을 전혀 쓰지 않고 1년 동안 생활하기에 도전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리고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몇 가족을 신청받아서 6개월 가량 실험했던 것으로 안다) 방영해서 잠깐 보았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환경파괴를 주저하지 않는 미국에서 곧잘 시도되는 듯하고 그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망은 항상 뉴프론티어 정신과 맞닿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이 책의 첫 머리에도 자세히 나오지만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이며 소비지상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풍조를 지닌 초강대국에서 안티 소비에 대한 욕구를 실험하고 있으니 아이러니일 수도 있고, 그들 나름대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과학적, 사회적 모험의 한 장면들이라고 받아들여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다.
본인 스스로 직업이 안정되지 않은 프리랜서라도 밝힌 저자는 폴이라는 버몬트에 거주하는 컨설턴트와 의기투합(동양식으로 하면 의형제라도 된 것 같다^^)하여 철저하게 제품화되지 않으며 기본적인 필수품들만 소비하고, 심지어 영화, 비디오 대여, 도서 구입 등의 문화생활도 거부한다(책은 그린즈버러의 공공도서관을 이용함).
하지만 그들은 일정수준의 부를 가지고 있었고, 1년 동안의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난방비, 수리비 등등) 리모델링까지 하는 철저함을 과시한다. 한국보다 저렴한 난방비를 아끼지 위해 아르곤가스 주입 유리와 에너지 절감 코팅유리에만 2600달러를 투자했다고 한다^^
스키를 상당히 좋아하는 저자는 8000달러짜리 야마하 스노모빌을 구매하고자 하는 심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일곱 살배기들이 한 해는 헬로키티 도시락통을 원하다가 또 그 다음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네모네모 스펀지송 도시락통을 사달라는 것과 똑같다. “엄마, 딴 애들도 다 갖고 있단 말예요!” 이 현상을 사람들은 경쟁이라고 부른다.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과 관련된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서 대충의 이야기는 알고 있다. 한국에서 전해오는 천장에 조기를 매달아 두고 밥 한 그릇을 비운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고, 파리가 된장 위에 앉았다가 날아가는 것을 본 집주인이 파리 다리에 묻은 장을 핥아 먹기 위해 뒤쫒는다는 이야기 등 꼬질꼬질한 이들을 비웃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과소비에 대한 이야기들은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라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는 블랙코미디 정도로만 이야기하며 실제로 그 주인공들은 선남선녀가 대부분이기에 사람들이 진정한 혐오감을 갖지는 않게 만든다. 한국에 칙릿 소설의 붐을 일으키게 만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잠깐 화려한 생활로의 외도(?)를 했던 여주인공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성공과 패션과 소비에 대한 여성들의 관념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조금은 가려지지 않았나 싶다. 본인도 영화를 보면서 그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여주인공의 웃음을 넋놓고 봤던 기억이 있다.
저자는 소비와 경제, 정치, 문화를 함께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1월부터 12월까지의 소소한 일상사에서(소비를 최대한 배제한) 느낀 건전한 소비와 일상을 껴안는 생활을 했음을 고백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스트레스까지 일부분 해소한다고 주장한다. 이와함께 소비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육체적, 정신적 노력까지 고려해본다면 좀 더 좋은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건을 갈망했던 것이 아니라, 물건이 욕구를 편성하는 방식과 그와 잇닿은 삶을 갈망했다는 저자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의 진정한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극단적인 소비 단절은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