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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와타나베 쇼이치의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을 두 번째 읽었다. 내가 두 번씩 읽는 책은 많지 않은데, 와타나베 쇼이치의 글은 그의 삶을 반영하고 있어 간결하면서도 촌철살인적인 혜안이 빛나서 일까, 두 번째 읽으니 그 의미가 더욱 마음에 다가 온다. 이 책은 저자가 80세이던 2010년에 쓴 것으로, 1976년에 쓴 <지적생활의 발견>이 어떻게 지적인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한 실천적인 가이드인데 비해, 이 책은 은퇴 후 지적으로 여생을 사는 법에 관해 잔잔한 어조로 관조하는 인생 지침서에 가깝다. 나는 아직 은퇴를 생각할 나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퇴직하고 난 뒤 집안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여 밥이나 축내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와중에, 와타나베 쇼이치는 길어진 인생의 후반부를 낭비하지 말고 더욱 더 지적인 생활에 몰입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50장의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이 책에서 특히 5장 <장년에 배우면 노년에 쇠하여지지 않는다>, 7장 <평생의 공부거리를 찾으면 여생이 달라진다>, 23장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래 산다>, 26장 <노년의 뇌세포를 독서로 단련시켜라>, 42장 <지적 즐거움을 나누는 친구를 만들라> 등에서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노년의 실천적인 생활법을 와타나베 쇼이치는 자신의 삶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는 나이듦과 노년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도 드러나 있는데, 육체의 노쇠와 정신의 활력을 비교하며 비록 육체는 쇠락해가도 죽는 날까지 책을 읽으며 뇌를 젊게 유지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년이 되면 더 이상의 지적인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데 그것이 바로 조기 사망의 원인이기도 하다. 어쩌다 종로 3가에 볼 일이 있어 나갈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탑골 공원에 몰려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지적인 호기심은커녕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는 잉여인간의 허무함만이 보인다. 책을 읽거나 지적인 토론을 하는 등의 자기계발에 힘쓰기는커녕, 탑골 공원에서는 오직 성매매와 식탐만이 횡행하고 있다. 아마 이곳에 모이는 노인들 중에도 소위 지식인 소리를 듣던 이도 있을 텐데, 말년을 이렇게 보내는 헛되이 모습은 결코 이성을 가진 인간의 그것이 아니다. 나는 절대 이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와타나베 쇼이치 만큼은 아니어도 죽는 그날까지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와타나베 쇼이치의 소원처럼, 나도 책을 읽다가 그 책을 손에 쥐고 그대로 세상을 떠나고 싶다. 한 번 살고 한 번 죽는 인생, 현명하고 지적으로 살다가 자연 속으로 소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