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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서 다른 사람의 그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군사학에 관한 책들이 꽤 많다는 점일 것이다. 군사학이나 병기 등에 관한 나의 흥미는 어린 시절 100~200원 주고 사서 만들곤 했던 프라모델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제 2차 세계대전 시의 미군이나 독일군관련 보병인형 또는 전차나 장갑차 따위의 차량들이었던 관계로 남자아이라면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연히 잡지나 전쟁영화 등을 통해 실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전차나 전투기가 가장 세다든지 하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루머들을 주워 섬기며 놀곤 했다. 이렇게 촉발된 흥미는 틈나는데로 관련도서들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쟁사나 무기발달사, 항공전사, 전차전 등의 소위 개별 戰史와, 무기 또는 병기 자체에 대한 해설서, 이를테면 <제2차 세계대전의 비밀병기>나 <제로센> 처럼 특정 병기를 철저하게 파헤쳐 기계적 구조나 생산량, 전쟁에 대한 공헌 따위를 자세히 다루고 있는 책, 여기에다가 전쟁을 철학적, 사회적, 정치적 시각으로 서술한 인문학적인 책들에 이르기까지, 대충 세어 보아도 500권이 넘는다. 그러니까 5단짜리 책꽂이 하나가 넘는 분량인 셈이다. 이랗게 수집한 책들을 수시로 꺼내 읽으며 전쟁과 인간성에 대해 고찰해보기도 하고, 어떤 하나의 무기가 전쟁의 향방을 바꿀 수 있었음에 놀라기도 했다. 아무튼 관심분야가 다양할 수록 삶도 그만큼 더 다양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일전에 와타나베 쇼이치라는 일본 영문학자가 쓴 <지적생활의 발견>을 읽었는데, 저자의 다른 저서에 독일의 최고 사령부를 다룬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주전공 이외에 정말 흥미를 느끼는 또 한 가지 분야에 꾸준히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다면 나도 언젠가는 전공과 무관한 책을 한 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모으고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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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는 지적 생활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이 많아야 한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간단히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정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나는 구태여 종이 백과사전을 뒤적이거나 서재에서 책을 꺼내 읽기를 선호한다. 책이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인 업적들을 총망라한 지식의 보고이자 언제든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진정한 문화재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구매해왔고(물론 대부분 어린이용 소설들이었지만), 그렇게 모은 책들을 집 구석구석에 쌓아 놓고는 수시로 꺼내 읽으며 지적인 탐구와 호기심을 스스로 충족시켰다. 중교교시절을 거쳐 대학과 대학원, 직장인 시절은 물론 대학에서 강의하는 현재까지, 돈을 아껴 많은 책들을 샀고, 읽었고, 독후감을 썼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관심분야도 넓어져서 전공인 영어영문학 이외에도 세계문학 전반, 자연과학 전반, 역사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정치학,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전쟁사, 미술, 음악, 미학, 신화학, 뇌과학, 종교학, 한국학, 일본학, 중국학, 미국학 등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분야의 책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물론 위의 분야에 대한 책들을 나름대로 꾸준히 읽어왔고(다치바나 다카시의 발꿈치에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를 닮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관련도서는 눈에 띄는 데로 계속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서재는 휴식의 공간이자 지적인 활동의 중심으로 남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 책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내 임종의 자리도 서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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