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는 지적 생활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책이 많아야 한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간단히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을 통해 정보를 찾을 수도 있지만, 나는 구태여 종이 백과사전을 뒤적이거나 서재에서 책을 꺼내 읽기를 선호한다. 책이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지적인 업적들을 총망라한 지식의 보고이자 언제든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진정한 문화재가 아닌가. 생각해보면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책을 구매해왔고(물론 대부분 어린이용 소설들이었지만), 그렇게 모은 책들을 집 구석구석에 쌓아 놓고는 수시로 꺼내 읽으며 지적인 탐구와 호기심을 스스로 충족시켰다. 중교교시절을 거쳐 대학과 대학원, 직장인 시절은 물론 대학에서 강의하는 현재까지, 돈을 아껴 많은 책들을 샀고, 읽었고, 독후감을 썼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관심분야도 넓어져서 전공인 영어영문학 이외에도 세계문학 전반, 자연과학 전반, 역사학, 철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정치학,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전쟁사, 미술, 음악, 미학, 신화학, 뇌과학, 종교학, 한국학, 일본학, 중국학, 미국학 등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분야의 책들을 소장하게 되었다. 물론 위의 분야에 대한 책들을 나름대로 꾸준히 읽어왔고(다치바나 다카시의 발꿈치에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그를 닮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관련도서는 눈에 띄는 데로 계속 구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서재는 휴식의 공간이자 지적인 활동의 중심으로 남을 것이다. 죽기 전까지 책은 내 손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내 임종의 자리도 서재가 될 것이다.